[송문희와 함께하는 Bye, 혐오의 시대②] 워마드와 일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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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와 함께하는 Bye, 혐오의 시대②] 워마드와 일베 사이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7.20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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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혐오를 낳는 미러링 현상
여혐에 이어 남혐 사이트 확산으로
홍대 몰카, 혜화역 시위 극복하려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우리는 혐오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을까. ‘젠더 갈등아, 잘 가.’
그것을 묻는 두 번째 이야기. 

‘Bye, 혐오의 시대’는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와 함께한다. 정치평론가이자 사회문화 전반의 갈등관리 전문가다. 여기에 나오는 송 교수의 자문은 지난해 고려대 교수실에서 가진 <시사오늘>과의 만남과 그의 책 <펭귄 날다>를 인용해 정리했다. 그 외 참조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과 청년비전위원회 주최 긴급토론회(1월) <워마드를 해부한다>자료집,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주최 <혐오와 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토론회>(1월) 자료집 등이다.

한남충 vs 페미충의 간극
일상 속 녹아든 혐오표현

“적령기의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는다면 페미충임을 의심해봐야 해. 너도 페미충이지?” “한남충 생각이 다 그렇지 뭐.” 얼마 전 지하철에서 친구 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녀의 대화에서 들려온 것들이다.

일상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 혐오 표현이 녹아들어있음을 엿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김정학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팀장에 따르면(1월 혐오 해법 토론회) 인권위에서 지난 2016년 혐오표현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특정지역 출신 등 특정 집단을 겨냥해 작명, 이를 온오프라인으로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개중 남성들 사이에서 확산된 여성에 대한 대표적 혐오 표현은 ‘김치녀’(각종 00녀) ‘페미충’ ‘맘충’ 등을 들 수 있다. 차마 글로 옮기기조차 어려운 표현들이 있어 관련 혐오 사례는 아래 표 참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주최  혐오와 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토론회 (1월) 자료집 중 여성 등 혐오 표현 사례ⓒ시사오늘(사진 : 중 국가인권위원회 김정학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팀장이 정리한 표 캡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주최 혐오와 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토론회 (1월) 자료집 중 여성 등 혐오 표현 사례ⓒ시사오늘(사진 : 중 국가인권위원회 김정학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팀장이 정리한 표 캡처)


실제 우리 사회에서 젊은 층 여성들이 느끼는 여성 혐오가 심각하다는 인식도 컸다.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 결과 ‘우리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20대 여성은 10명 중 7명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에서의 성별 고정관념, 성차별, 여성 혐오 등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민감성은 높음을”(김정학 인권위 팀장)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혐오는 혐오를
여혐은 남혐을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여혐 vs 남혐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여성 혐오 사이트인 일베저장소(일베)가 만들어졌을 때는 2010년경이었다. 그로부터 수년 뒤인 2016년 경, 이번엔 남성 혐오사이트인 워마드(우먼+노마드의 합성어)가 생겨났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의 설명(1월 워마드 해부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워마드의 전신으로 ‘메갈리아’를 지목하고 있다.(참고로 오세라비는 워마드나, 메갈리아 등 남성 혐오 사이트는 한국여성민우회 등 메이저 여성단체와 연관돼있고,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정당의 선거 전략에 적극 활용됐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설명에 따르면 2015년 8월 생성된 메갈리아 커뮤니티는 넷 페미, 영페미라는 신조어로 전환되며 “남성 혐오를 목적으로 하는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로 ‘여성혐오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개설됐다.

원래 메갈리아의 시작은 2015년 6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내 ‘메갈리아 갤러리’에서 남성 혐오를 과격하게 하다, 마찰이 생기자 따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여초 사이트로 알려진 다음 카페 ‘여성 시대’ ‘쭉빵’등에 대거 결합했다”고 작가 오세라비는 전하고 있다.

또 남성 혐오 활동으로 “극단적인 남성 혐오 발언과 남성의 생식기를 소재로 한 이미지 만연, 사이트의 나치 문양 사용, 장애인 비하, 성소수자(게이) 강제 아웃팅”등을 했다고 나와 있다.

메갈리아 이후 생긴 워마드는 더 극단적 남성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오세라비는 “한국 남성의 페니스를 두고 갖은 성희롱 글과 사진이 게재된다. 병적인 성 놀이문화를 즐기며 페미니즘이란 이름을 쓰고 거침없는 질주의 연속”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6‧25 참전용사 비하, 광복절에는 독립운동가와 국기 모독, 노동운동가 전태일 모욕, 유명 연예인이 사망하거나 남성들의 죽음에 환호작약하며 잔치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촬영 이후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가 몇 차에 걸쳐 일어났다. ⓒ뉴시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촬영 이후 경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가 몇 차에 걸쳐 일어났다. ⓒ뉴시스

 

혐오를 반사하는
미러링 현상의 단면

성 혐오를 둘러싼 사회 현상적 관점에서의 워마드 탄생 배경에 대해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는 “여성 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해 적용하려는 ‘미러링 현상’”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송문희(이하 송) :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워마드는 여성 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해 적용하는 미러링(보복)을 수단으로 하고 있다. 특히 남성비하 언어 등 극단적 남혐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건전한 페미니즘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우려가 되고 있다.”

시사오늘(이하 S) : 워마드 논란 관련, 홍익대 누드 남성 모델 피해 사례가 대표적으로 떠오른 바 있다.  (지난 2018년 5월 홍익대 누드 남성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 워마드 게시판에 올린 사건을 말한다. 이 일로 워마드 회원이 구속되자, 남성 몰카 범죄 검거는 늑장 대응하던 경찰이 왜 여성 몰카범죄자는 빨리 잡았냐며 반발 목소리들이 커져갔다. 이는 불법 몰카 범죄 규탄을 위해 누적 기준 10만 명 여성이 운집한 혜화역 시위로 확산됐다.)

송 : “본질적으로 보면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인권 보장’구호로 원인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러링 현상이 격화되는 이유인 것이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몰카 범죄에 노출돼 있는데, 수사가 지지부진한 반면,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범죄자는 며칠 만에 긴급 체포됐다. 홍대 남성 누드모델의 몰카 범죄자를 경찰이 빨리 잡았는데 왜 여성 몰카는 방관했느냐’, 워마드에서는 이를 차별적, 편파적 수사라고 보는 것이다. 또 그 항의의 일환으로 혜화역 시위는 일어났다.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혜와역 주변 남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물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몰카에 대한 분노의 심정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10만 명 넘게 모일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S :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여성 공통의 불안 요소도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송 : “남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여자들은 수시로 느끼는 불안감이 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고 약자로 희생당하는 여건에 노출돼있다는 심리가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그 절박함을 못 느끼는 거다. 2016년에 벌어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도 같은 장소에서 지나갔던 남자들은 놔두고 여성만 겨냥해 희생시켰다.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 이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살아남았다’는 추모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 여성들의 연대 의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젠더 폭력에 노출된 채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적극적 행동을 보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시도로 읽혔다.

그러나 이후 워마드 등의 탄생 등은 단지 미러링 현상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어서 아쉬운 대목이다.  혜화역 시위만 해도 (표현의 과격성으로 인해) 오히려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려는 발걸음들을 막아 버리는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불법 몰카 범죄 수사 촉구에 대한 메시지가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다. 거친 표현들이 싫다는 거부감부터 먼저 들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대중적으로 동참할 수 없게끔 만드는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S :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송 : "자기정화, 순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의 남성 몰카가 늘어야 여성 몰카가 줄어들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은 자칫 성대결로 흐를 위험성과 혐오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선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미러링 방식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의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다.”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펭귄 날다의 저자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시사오늘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펭귄 날다의 저자 송문희 고려대 정치리더십센터 교수ⓒ시사오늘

 

P.S. 송문희 교수는…
“나는 다중이”…왜?

“방송에 나오는 분이죠?” 어디까지 가주세요, 라는 목소리에 택시운전기사가 뒤를 돌아봤다. 대번 송문희 교수임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더라는 것. 정치평론가이자 갈등관리 전문가인 송 교수는 KBS아침마당, MBN 등 종편, 라디오 방송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평소 송 교수가 나오는 방송을 챙겨본다는 택시운전기사는, 좌우 진영 논리에 경도되지 않은 모습이 좋다고 하더란다. 어느 쪽 편을 들어 억지 논리를 펴는 대신 나름대로 균형 잡힌 평론을 하려는 노력이 보이더라는 얘기였다.

시사 방송을 보면 대게 한쪽 진영의 편을 서게 된다. 한 번 정부 편이면 계속 ‘문재인 정부 만세’ ‘문비어천가’를 부르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보수나 진보, 좌나 우 등 한쪽 편을 일관되게 대변하고, 갑론을박해야 방송사에서도 편해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송 교수는 아리송한 평론가다. 선명성을 요구하는 방송에서 보면, 특정 성향을 대변하는 패널이 아니기 때문.

A 현안에 대한 입장은 이쪽에 가깝고, B현안은 저쪽과 가깝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신껏 입장을 밝히는 게 평론가로서의 양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곤란할 때가 더 많다. "같은 줄에 앉아 같은 편 인줄 알았는데 왜 딴소리하느냐”는 볼멘 얘기도 듣는다는 것.

‘어느 쪽이세요?’ 결국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다는 송 교수. “나는 다중이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일컬어 다중이라고 한단다. 이유는 뭘까.

“나는 어떤 프레임에 갇히길 원하지 않는다. 이슈 따라서 조금 더 진보적일 수 있고 보수적일 수 있다. 중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요즘의 그 말은 본래의 가치에서 너무 퇴색됐다. 그래서 나는 다중이 평론가다. 그렇게 불러 달라.(웃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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