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계약기간 만료된 MBC 아나운서…‘부당해고’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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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뉴스] 계약기간 만료된 MBC 아나운서…‘부당해고’인 이유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7.2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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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2년 지나면 무기계약직 전환…근로자성도 인정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21일 MBC가 5년여간 근무한 계약직 아나운서 유선경 씨에 대해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뉴시스
서울행정법원은 21일 MBC가 5년여간 근무한 계약직 아나운서 유선경 씨에 대해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뉴시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5년여간 근무한 계약직 아나운서 유선경 씨에 대해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4월,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불공정 보도 등에 반발해 총파업을 하던 당시 채용된 유 씨는 2017년 12월 MBC로부터 재계약 거절을 통보받았는데요.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법원도 MBC의 재계약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이 뉴스를 읽고 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계약직 사원의 계약기간이 끝나서 회사가 ‘이제 나가 달라’고 하는 게 해고라고? 애초에 계약직이라는 게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뜻하는데,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게 어떻게 해고가 되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죠.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유 씨가 근무한 기간에 주목해야 합니다. 유 씨는 2012년 MBC에 취업한 뒤, 2017년까지 5년 넘게 계약직 아나운서로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렇다면 2년을 초과해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유 씨는 어떻게 될까요. 같은 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2년 넘게 한 사업장에서 기간제 근로자(계약직)로 근무한 사람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거죠. 유 씨는 2014년 4월 이후부터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였던 겁니다. 이렇게 보면, 계약직이 아닌 근로자를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한 MBC는 부당해고를 한 게 됩니다.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는 2년이 경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는 2년이 경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아니, MBC쯤 되는 회사가 계약직도 2년이 지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였다는 걸 몰랐단 말이야? 물론 말이 안 되죠. 그래서 MBC는 유 씨가 계약직인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MBC가 문제를 삼은 건, 유 씨가 ‘근로자냐 아니냐’ 하는 부분이었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만을 보호합니다. 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같은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종속성’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종속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 제공 관계가 계속적이고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있는지 등의 요소를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MBC는 ‘유 아나운서는 다른 아나운서들과 달리 뉴스 프로그램 앵커 업무만을 수행했다. MBC는 사용자로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출퇴근 시간도 특정되지 않았으며, 다른 방송국 출연을 막는 등 전속적 노무 제공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지 않았으며,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유 아나운서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거죠. 근로자가 아니면 부당해고도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법원은 “유 아나운서가 계약 내용대로 MBC가 제작하는 뉴스프로그램 앵커와 리포터로 나섰고, 그 업무 수행을 위해 MBC가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에 사전 연습을 해야 했으며, 사전 연습 이후에는 물론 방송이 이뤄진 뒤에도 수행한 업무 내용에 대해 세부적인 수정 지시를 받았다”고 MBC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또 “유 아나운서는 MBC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에만 출연해야 하므로 관계가 전속적이고 배타적이었다”면서 “유 아나운서와 함께 입사한 A씨는 다른 방송사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아 보도국에 문의했더니 MBC 앵커이므로 허락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MBC의 지휘·감독을 받았고 전속성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 씨는 근로자에 해당하며, 계약직으로 채용된 지 2년이 지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됐으니 MBC가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건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죠. 계약기간이 만료된 MBC 아나운서가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겁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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