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이어 남영비비안까지…토종 패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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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 이어 남영비비안까지…토종 패션의 몰락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9.07.2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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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브랜드 공세로 경영 악화…매각설 휘말리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비비안 속옷, 화승 르까프 제품. 각 사
비비안 속옷, 화승 르까프 제품. ⓒ각 사

올해 국내 1호 신발업체 화승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최근에는 60년 역사를 지닌 속옷 명가 남영비비안까지 매각설에 휘말리는 등 국내 토종 패션업체들이 연이어 수모를 겪고 있다. 패션시장 자체가 불황인 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까지 이어지면서 토종 브랜드 명성이 빛이 바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속옷 브랜드 ‘비비안(VIVIEN)’을 전개하고 있는 남영비비안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남영비비안은 라자드코리아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지분율 23.79%)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75.88%다.

이에 관해 회사 측은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영비비안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당사의 최대주주에게 조회공시요구 내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향후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57년 설립된 남영비비안은 비비안을 중심으로 수비비안, 로즈버드, 판도라, 비비엠 등 8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국내 여성 속옷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원더브라, 유니클로 등 해외 브랜드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남영비비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061억 원으로 전년(2094억 원)보다 소폭 낮아졌고 영업손실은 3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도 67억 원이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르까프 등을 유통하는 패션기업 화승이 경영난에 빠지며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신청 하루 만에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의 회생절차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채권자에 대해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에 근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금지하는 것이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1호 신발기업인 동양고무산업이 모태다. 1978년부터 미국 나이키와 합작사인 화승나이키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생산하며 사세를 키웠고 1980년에는 회사명을 화승으로 바꿨다. 1986년에는 르까프를 선보였고 이후 해외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와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을 국내에서 유통하면서 사세를 본격 확장했다.

아웃도어 열풍 속에 지난 2011년 매출액 5900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해외 스포츠 브랜드의 거센 공세와 아웃도어시장의 침체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화승은 지난 2016년에 1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7년 150억원대, 지난해에도 1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밖에도 국내 최대 패션기업인 삼성물산 패션의 경우 최근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 부문 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매각설이 돌았으며, ‘비너스’로 유명한 속옷기업 신영와코루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7%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브랜드의 시장 점유가 늘어나는 가운데 토종 브랜드들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언제든 브랜드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패션 브랜드들이 주춤한 사이 해외 SPA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쌓아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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