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조국의 ‘끝장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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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과 조국의 ‘끝장보기’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9.07.29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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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요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면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생각난다.

지난 2011년 여름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 시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일부에서는 ‘차기 대통령 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여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 시장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주민투표에 집착하면서다.

이런 오 시장을 향해 ‘무상복지 포퓰리즘 문제를 지적하는 건 좋지만 이미 상당부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비싼 예산을 들여 주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또 ‘자칫 한나라당이 복지에 반대하는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이미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으로는 승리한 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주민투표까지 갈 필요는 없고 만약, 주민투표까지 간다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갈등의 끝이 아닌 더 큰 갈등의 시작”이라면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시장 직까지 걸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했고, 결국 그해 8월 24일 선거는 실시됐다. 그러나 유효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무효화 됐다. 오 시장은 시장 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연패했다.

ⓒ뉴시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나친 끝장보기에서 닮은 느낌이다. ⓒ뉴시스

8년 전 오 시장과 현재 조국 전 민정수석은 꽤 닮은 느낌이다. 어떤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풀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모습에서다.

조 전 수석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소개한 것을 포함, 22일까지 열흘 동안 페이스북에 44건의 ‘폭풍 게시물’을 올리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보수야당과 언론을 ‘친일파’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지난 28일엔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이 틀렸다고 공격을 퍼부으며 한국의 ‘사법주권’을 모욕하는 것을 넘어, 이를 빌미로 ‘경제전쟁’을 도발했다”면서 “한국의 정당과 언론은 위 쟁점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한국 정부 및 대법원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들을 향해 ‘너희들은 틀렸고 나는 이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고집하는 느낌이다.

일본 아베 정부의 ‘치사한’ 경제보복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속해있는 게 현실인 만큼 대법원 판결을 우리 입장에서만 평가해야 한다는 건 무리다. 자칫 전체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 로스쿨의 한 교수는 조 전 수석을 향해 “국가보안법 비판하면 빨갱이라고 비난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수준은 우리가 넘어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분도 아닌 정부 고위직이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면 친일파라고 한다. 순간 감정이 격해 실수하신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도 슬프고 암담한 일이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같은 대학의 또다른 교수는 “대법원 포함, 법원 판결을 곱씹어 보는 것은 모든 깨어 있는 국민이 해야 하는 일이고, 특히 법학자라면 판결에 대해 항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한 언론에 “근본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면서 “네편 내편 가르고 친일파라 일컫는 이분법적 사고는 초등학교 수준의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한다”고도 말했다.

요즘 정치권에선 조 전 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조 전 수석의 ‘끝장 보기’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본인은 순수한 발로에서 한다지만 말이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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