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침서⑮] 김홍균 “기성 정치인분들, 젊은 세대와 눈 마주보고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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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지침서⑮] 김홍균 “기성 정치인분들, 젊은 세대와 눈 마주보고 얘기합시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8.0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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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 대변인
“태어난 순서는 3이지만 힘의 순서는 3이면 안돼”
“청년 세대, 오늘 아닌 다른 날 생각하기 어려워”
“청년, 내일보다 어제 실수한 것을 생각하는 세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이 청년 지침서(指針書)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고민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글이다. 지침서의 열다섯 번째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 대변인이다.

김 대변인은 청년 세대를 ‘오늘이 아닌 다른 날을 생각하기 어려운 세대’와 ‘내일보다 어제 실수한 것을 생각하는 세대’라 칭했다. 하지만 그는 어설픈 자기연민을 넘어, 당과 정부의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지적할 줄 아는 청년이었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갈등 당사자들이 눈을 마주보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비로소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는, 바른토론배틀 우승자인 김 대변인을 7월 31일 바른미래당 정책실에서 만났다.

지침서의 열다섯 번째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 대변인이다.
지침서의 열다섯 번째 페이지를 장식할 사람은 바른미래당 김홍균 청년 대변인이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바른미래당 청년 대변인 선발 방법이 특이하다.

“바른미래당은 바른토론배틀이라는 경연 대회를 통해 청년 대변인을 임명한다. 하지만 나는 청년 대변인 임명 혜택보다 당이 내건 조건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조건은 16강만 올라가도 진출자와 당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묶어 한 팀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로 국회의원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두 번째로 보좌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토론에 참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맞닿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교육소위의 임재훈 의원과 한 팀이었다.”

- 토론 배틀 형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장점이라면 토론 배틀은 정치라는 행위를 할 때 필요한 능력만 추출해 평가한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토론 실력을 말발로 평가하지만, 사실 토론은 자료 분석 능력도 필요하고, 어떤 자료를 활용해 어떤 논리를 쌓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상대방과 심사위원을 설득할지도 중요했다. 토론은 순수 말발보다는 종합적인 역량, 과장하자면 종합예술이라 생각한다. 이 능력은 현실정치인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일원으로서도 중요하다. 이 능력을 평가해 단 시간에 유의미한 지위를 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 바른미래당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바른미래당은 진보였던 국민의당과 보수였던 바른정당이 합쳐진 정당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두 당이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거대 양당은 큰 프레임보다는 권력 이동에 치중하는 느낌이었지만, 바른미래당은 큰 판을 바꿔볼 생각이었다. 두 번째로 진보와 보수로 분류되는 두 집단이 어떻게 합쳐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실험 결과가 궁금했고, 그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다.”

- 하지만 그 실험 과정에서 나타났던 갈등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이해가 걸려있었고, 의원마다 각기 다른 판을 바꾸는 방법을 주장해 불협화음이 있었다.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실패가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도 있고, 한국 정치가 발판을 삼을 수도 있다. 혁신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잡음에도 당이 새로움과 변화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잊지 않고 풀어나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김 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이 태어난 순서로는 3이 맞지만, 바른미래당의 지향은 제1정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대변인은 바른미래당이 태어난 순서로는 3이 맞지만, 바른미래당의 지향은 제1정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바른미래당이 제3정당의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제3이라는 게 태어난 순서로는 3이 맞지만, 바른미래당의 지향은 제1정당이어야 한다. 힘의 순서에서 3이 되면 안 된다. 처음에 순수하게 제3정당이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3등으로 만든 것 같다. 3등이더라도 전교 1등이 목표라면 1등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는데, 3-4등 방법으로 공부한 느낌이다.

제3정당이라면 첫 번째로 여러 이슈들을 새롭게 풀 시각이 필요하다. 바른미래당의 장점은 구태 정치로부터 환멸을 느끼고 빠져나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비판할 자유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 번째로 외연의 확장이다. 한국정치에는 여전히 회색지대, 중간지대, 즉 무당층이 상당히 많다. 이들을 끌고 오려면 기존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 주제가 아니라 새로운 주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젠더다. 나는 아직도 젠더는 중립지대라고 생각한다. 이준석·하태경 최고위원이 이슈 선점을 했지만, 다른 이슈에 묻혀버렸다. 또 당 차원의 목소리가 아닌 개인의 목소리로 비춰져, 마치 삼성은 알고 한국은 모른 것처럼 개인의 인기는 올라가도 막상 바른미래당은 잘 몰랐다. 이처럼 개인의 노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당의 소모적인 싸움에 집중하다보니 당이 힘이 빠지고 있는 것 같다.”

- 2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20대 남녀의 가장 큰 고민은 젠더 갈등이다. 청년 세대에서 지역갈등도 한 번도 본 적 없고, 보수-진보라고 친구 안하는 경우도 없다. 또 청년 세대 간 친북파, 친일파 갈등이 심하지도 않다. 이렇게 청년 세대는 갈등 없이 갈 것 같았는데, 젠더 갈등이 부상했다.

그리고 꿈이다. 꿈은 층위에 따라 장래희망이 될 수도 있고, 집을 사는 것일 수도 있고, 결혼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꿈이란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 때 꾸는 것이다. 가령 오늘 죽는다고 가정하면 아무도 꿈을 꾸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거다. 근데 청년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청년들은 오늘이 아닌 다른 날을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 정책 문제점은 무엇인가.

“하나의 정책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취업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혁신의 부재나 산업의 비 다양성때문일 수도 있고, 노동탄력성이나 생산성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청년 정책은 기저에 있는 본질적 영역이 아닌 위에 상부구조의 가지를 치는 형태다. 또한 결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데, 정부는 그저 돈을 주면 결혼하고 애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 생각한다. 결혼을 안 하는 이유나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 직장을 못 구하는 이유 모두 본질적인 부분에서 건드려야 한다.”

- 5년 동안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기엔 시간이 짧은 것 같다.

“단기적으로 처방한 다음 본질적인 수술에 들어가자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전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었냐는 것이다. 단기적인 효과가 없었다면 두 번째로 해야 마땅한 생각은 이 문제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인가다. 고등학교 때도 벼락치기로 되는 과목이 있는 반면, 수학의 경우 단기적으로 했다가는 도리어 알고 있던 공식도 헷갈리지 않나. 만약 문 대통령이 건드리는 분야가 수학이라면, 단기적 처방은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은 사실 경제의 문제이자 감정의 문제다. 아이를 낳는 건 꽤나 먼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오늘 행복하려고 애를 낳는 경우는 없다. 청년 세대는 내일을 생각하기보다 어제 내가 실수한 것을 더 생각하는 세대다. 지금 나 혼자도 미래를 모르겠는데, 어떻게 두 명을 더 데리고 살겠나. 이를 경제 논리로만 풀려고 하는 게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 같다.”

김 대변인은 기성 정치인에게 젊은 세대와 눈 마주보고 얘기하자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 대변인은 기성 정치인에게 젊은 세대와 눈 마주보고 얘기하자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20대로서 정치에 하고 싶은 말은.

“기성 정치인분들, 젊은 세대와 눈 마주보고 얘기합시다.”

-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 세대를 외면한다고 보는 건가.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사실 국회에서 세미나를 하면 정당에 가입한 소수, 혹은 매우 정치적인 극단의 단체가 주로 온다. 그럴게 아니라 한 대학에 가서 버스킹처럼 토크콘서트을 열어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맨몸으로 가서 얘기도 하고, 괜찮으면 직접 의원실로 초대도 하고, 일반 시민들의 말을 당 안건으로도 올리는 순수한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형식적으로 상부구조만 건드리는 퍼포먼스들이 마음과 눈을 보고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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