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무늬만 정규직”…처우개선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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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무늬만 정규직”…처우개선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02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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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적용 안 돼 장기근속해도 '월급 제자리'
방학 중에는 근무 안 해 월급 지급되지 않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공공임금제 쟁취를 위한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공공임금제 쟁취를 위한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방학 때인 이번 달에는 월급이 없어요.”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는 급식실 조리사와 조리원, 특수교육·교무·전산 실무사 등 10개 직종에 이른다. 이들은 방학 중인 8월에는 근무일수가 없거나 적어 월급이 정상 지급되지 않는다. 정기상여금 45만원이 지급될 뿐이다. 또한 호봉 적용이 안 돼 근속 기간이 늘어나도 월급이 초봉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학교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 P형은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데 대해 처음에는 관심을 갖고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은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10년여 근무기간 동안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게 여러 차례라고 말한다. 

P형의 상황 인식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교육당국이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권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 제로’를 부르짖었지만 현실적으로 교육계 내에서는 어떻게 하면 요리조리 인금인상을 안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꿈에 부풀었다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 이제 더 이상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노동 존중’을 강조해온 현 정부에서 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한 사상 첫 비정규직 총파업이 지난달 벌어졌다. 이들은 임금을 9급 공무원의 80% 수준으로 인상해 줄 것과 차별철폐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된 인원은 18만7000명에 이른다.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내년까지 목표로 한 20만5000명의 90%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다 하더라도 ‘무늬만 정규직’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학교를 포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보수정권 때부터 추진돼 온 과제였지만,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 이후 실제로 25개 직종은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고용불안이 해소되긴 했지만 처우개선이 미미해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정규직화”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교육당국도 나름의 사정이 없지는 않다.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60%대인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우선 예산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제로’는 의욕만 앞세운 공약으로 출발해 생색만 내다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계 내부에서는 “비정규직 임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상시리즈를 확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확보가 어려워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교육당국의 호소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학교라는 동일 공간에서 한쪽은 처우개선을 부르짖는데 한쪽은 무상시리즈를 늘릴 계획을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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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2019-08-05 14:18:40
공무원에는 없는 퇴직금을 포함한 급여상세내역을 알고 말씀하세요.
정부의 공약이 다 옳을순 없는법이지요.
과정의 공정을 무너지면 각분야에 혼동을 야기시키고 시험이라는 채용방식은 무의미하게 되지요.
처우가 안좋은데 공무직 채용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타 식당과 비교해선 처우개 꿀보직이거든요.
첨부터 비교를 공무원과 동일노동이라는 말이안맞음.
보조역할에 책임없고,
요즘은 보조가 자기일 안이라고 하는 업무만 늘고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