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이트리스트 제외]재계, ‘앞이 안 보인다’…“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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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화이트리스트 제외]재계, ‘앞이 안 보인다’…“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8.02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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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결국 배제했다. 끝나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거듭된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2차 경제보복까지 이어지자 재계는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수출무역관리령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달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고 불과 한 달 만에 추가 경제보복을 결정한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건 16년 만의 일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효력은 이달 말께 적용될 전망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1100여 개 규모로 늘어난다. 수출규제 품목에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포함돼 있어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겨냥한 조치인 셈이다.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재고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올해 3~4분기 내 생산 차질과 공급망 붕괴 등 직접적인 위기와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재계에서 일본통으로 손꼽히는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소식이 들리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품목 수출 우대 국가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며 "한국 경제계는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미중 무역분쟁,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악재가 복합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당초 공개하기로 했던 주주환원 방안 발표를 내년 초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위기는 이제 시작된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들린다.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계를 이끄는 양대산맥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흔들리면 재벌 대기업은 물론, 하청·협력업체, 중소기업 등까지 전방위적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위기를 감안하면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일본 정부는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다. 3차, 4차 추가 경제보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이 어떤 비용부터 줄이겠느냐.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 카드로 금융을 선택한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일본이 금융보복 조치는 하지 않을 거라고 아무 근거도 없이 낙관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17조 원(일본계 저축은행 등의 국내 대출)이지, 눈에 안 보이는 건 천문학적"이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왜 일본 출장에 가서 금융권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겠느냐. 낙관하지 말고 정부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 화이트리스트도 설마설마하다가 결국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야기한 경제위기인데 왜 재계가 피해를 입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온 기업인들이 분명히 경고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했고, 경제보복이 이뤄진 뒤에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나 국회에서는 그냥 손을 놓고 있었다"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양자회담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의결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느냐. 정부가 보다 현명하게 사안을 다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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