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복합 위기, 국회 무용론과 실질 해법
[이병도의 時代架橋] 복합 위기, 국회 무용론과 실질 해법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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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위기 實行的 대응책 도출을
비상한 시기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복합위기 심화…‘나흘 국회’는 국민 우롱
공허한 성토보다 실질적 방책 중요
여야 지지층 결집 당리당략에만 급급
한·일 갈등에 총선 저울질 집권당 민낯
文정부 난국 … 민심은 오히려 한국당 떠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이병도 주필)

안보와 경제 요인들이 뒤엉킨 미증유의 복합적 위기가 확연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여 만이다. 

북한이 요격 불가능한 미사일로 위협하는데 동맹국 미국은 전례없는 방관이다. 오히려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문제 삼고 나왔다. 이런 와중에 중국·러시아 폭격기는 편대를 이뤄 동해 상공을 유린하고 영공까지 침입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수출 규제 강화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독도 영유권까지 대놓고 반복하고 있다. 

제조업은 위기국면이고, 투자는 해외로 빠지거나 금·달러·부동산에 쏠리기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과 친북 일변도 정책이 낳은 참담한 성적표다.

이런 상황속에서 장기 표류하던 국회가 일단 정상화됐다.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주요 민생법안은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중러일의 영토주권 침해 규탄 결의안 등 밀린 숙제가 일괄 처리됐다. 

여야는 30일부터 2일까지 ‘4일짜리 국회’로 이들 밀린 안건들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의 불안을 고려할 때,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민의를 우롱하는 전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정부 잘못을 견제·시정해야 할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긴 커녕, 이른바 ‘행정부 2중대’로 전락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삼권분립마저 위태롭게 될 판이란 비판론까지 대두할 만 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결과적으로 들러리 서는 셈이 된 것도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여야는 30일부터 2일까지 ‘4일짜리 국회’로 이들 밀린 안건들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의 불안을 고려할 때,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민의를 우롱하는 전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뉴시스
여야는 30일부터 2일까지 ‘4일짜리 국회’로 이들 밀린 안건들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의 불안을 고려할 때,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민의를 우롱하는 전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뉴시스

법안 처리율 역대 최악…직무유기ㆍ적전 분열 우려

비등하는 국회 무용론과 함께 정치권에 대한 아쉽고 불안한 비판론이 적지 않다. 

20대 국회 들어 법안 처리율은 27.9%로 역대 최악 수준이다. 네 건의 안건중 한 건만 겨우 처리한 셈이다. 116일째 법안 처리는 0건을 기록했다.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19대 국회 처리율(33.7%)에도 못 미친다. 17개 상임위 가운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5곳은 올해 들어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재해대책과 경기부양을 이유로 4월 하순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여야 기싸움에 100일 가까이 표류한 것도 딱하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거의 4개월 만에 열린 것도 참으로 부끄럽다. 국회가 마지막으로 본회의를 개최한 날이 4월 5일이다. 그러니 이번 본회의는 118일 만에 열린 것이다. 

경기 부양과 재난 대응을 위한 추경안도 국회에 제출된 지 무려 98일 만에야 처리됐다. 2000년 김대중정부 시절 최장기간 계류 기록(107일)에 이은 두 번째 지연 처리다.  

뒤늦게 여야 합의를 이룬 만큼 앞으로는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 국회를 열어놓고 또다시 정략적인 싸움을 벌일 경우 국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지금은 안보나 경제적으로 매우 엄중한 시기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서로 힘겨루기를 할 때가 아니다.

여야가 이룬 빅딜이지만, 뒤늦게 고작 4일 동안의 의사일정에만 합의한 것은 실로 꼴사납다. 야당이 북한 목선 국정조사와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대신 운영ㆍ국방ㆍ외교통일ㆍ정보위를 통한 외교안보 공세를 예고하고, 여당은 추경안 및 대일 결의안 처리를 강조해 동상이몽의 국회가 언제 또 멈출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여야간의 이번 합의 정신은 앞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일본 각의 결정에 대한 외교적 노력과 시민 대응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국회만 딴짓을 한다면 직무유기이자 적전 분열이 될것이다.

 

실질적 해법 제시에 주력을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와 안보에서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어느 하나 희망적 신호를 기대키 힘들다. 

일·중·러 3국은 저마다 한국에 경제 및 외교안보적 숙제를 던지고 있다. 미국마저 한일갈등의 중재는 고사하고 한국을 WTO 개도국 지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한은 한술 더 떠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해왔다. 

상반기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했다.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보다 몇 배 더 큰 충격파가 몰려오게 됐다. 

국회가 이런 중첩된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가동되지 않은 것은 이유야 어떻든 책임 있는 행보가 아니었다. 

또한 이번에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요구 결의안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침범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한 것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정도지 구속력이 없다. 급조된 추경의 수출규제 대응예산이나 국회 결의안 채택, 방일 의원외교 역시 이미 일본이 경제보복의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에서 메아리 없는 외침일 수밖에 없다.

주변국들을 향한 이들 결의안들은 국회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제안이 전혀 없어 ‘초당적’이라는 명분만 빼면 공허한 ‘생색용’에 불과하다. 

가장 한심한 것은 정국 주도 의지도, 협상력도, 정치력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당 행태다. 중요한 요구 사항들은 관철하지 못하면서 행정부 요구는 그대로 들어준 셈이다. 차라리 진작 양보해 생색이라도 내는 것이 나았다. 

북한 목선 사태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물 건너갔다. 대일 결의안에 ‘1965년 기본협정 국회 비준’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조차 들어가지 못했다. 추가경정예산은 잘못된 소득주도성장을 되레 강화할뿐 아니라, 내년 총선용 포퓰리즘 성격도 강하다. 입법부가 행정부 들러리를 서고, 야당은 여당 들러리를 선 셈이 됐다.

결국은 실제 행할 수 있는 위기 극복책이 나와야 한다. 하강하는 경제를 끌어올릴 혁명적 투자 및 기업 인센티브 정책이 절실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국회에서 각종 쟁점 현안에 대해 여야가 활발한 토론을 하더라도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여야 5당 사무총장회담에서도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초당적 기구인 민·관·정 협의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협의회도 공허한 대일 성토보다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사법부의 강제징용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정치권이 나서 한일 기업과 한국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는 '1+1+α' 등 전향적인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핵심 부품·소재 공급망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도 나와야 한다. 지금은 여야 모두 감정적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냉철하게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할 때다.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

 

국회 의무 산적...합리적 대안 중요

국회의 의무는 산적해 있다.

이번 국회에서 추경안 편성이 필요해진 것은 경제 여건이 악화된 탓도 있지만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에도 큰 원인이 있다. 

경제정책의 실패를 예산을 더 써서 덮으려는 추경이어서는 곤란하다. 추경안을 꼼꼼히 살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선심성 퍼주기 예산을 최대한 걸러내야 마땅했다.

또한, 이번에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정부가 최초 밝힌 430여 km를 넘어 690km를 날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탐지시스템이 비행궤도를 추적하지 못해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한에 대해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및 영공 침범에 대해서도 국방부 차원에서 의례적 반발 이상의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안보 상황의 위중함에 비해 너무나 미온적인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준열히 꾸짖고 책임자의 교체도 요구해야 한다.

국회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여야 합의 결의안을 내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결의안 못지않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양국 국민 간에 반일(反日) 반한(反韓) 감정도 격화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나서 감정적 대응을 자제시키고 정부가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정치실종 무능국회 책임론

그동안의 장기표류에 대해서도 국회와 정치권은 실로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 보복과 러시아·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 목선들의 잇단 월경, 각종 경제지표 악화 등 나라가 안팎으로 위급 상황인데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자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하냐는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정쟁을 일삼는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여야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네탓 공방’만 벌여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가 안보 위기를 거론하며 원 포인트 안보 국회 개최와 외교·안보 라인 교체 등을 요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무역 보복 등 대응을 위해서는 추경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등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당초 한국당은 원포인트 안보국회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추경 처리를 주장하며 맞섰지만 결국 둘다 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당연한 결정이다. 국민들 눈에는 추경 처리도 하고 안보국회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정치권에서는 이런 사안들이 쟁점이 됐다.

야당의 주장처럼 일본의 경제 보복과 러시아 군용기 영공침범, 북한 미사일 추가 발사 등으로 우리의 안보가 위급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또한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리려면 추경 집행도 한시가 급하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들이다. 내탓, 네탓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여당은 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야당은 안보를 들먹이며 상대를 공격하지만 애초 민생과 국익을 고려한 협상은 안중에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들 눈에는 당장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지층 결집을 위한 당리당략 좇기에만 급급한 듯 보일 뿐이었다.

정치 실종 상황이 길어진데 대한 책임과 부담은 아무래도 여당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더 열린 자세로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야당이 정치적 경쟁자이기는 하지만 국정의 동반자라는 인식도 함께 한다면 그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반등하던 지지율이 왜 다시 고꾸라지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협력할 건 협력하고 따질 건 따지는 당당하고 능력있는 야당을 원한다. 그게 야당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에 긴급 처리된 추경은 예산 투입의 적기를 놓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추경안 처리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경제 실정 청문회 개최, 북한 목선 사건 국정조사,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위 위원장 교체,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안, 일본 경제보복 관련 추경 세부 사안 등을 내건 데 이어 KBS 청문회 개최와 운영위 개최를 일곱 번째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금은 안보·경제 위기인데도 민주당은 한동안 전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당에 맞서 싸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여야 모두의 판단기준이 문제였다. 이제는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니 여야는 정쟁만 일삼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할것이다.

정치권에선 각종 망언과 막말, 쇄신 부재의 도로 친박당,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메시지 등을 한국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뉴시스
정치권에선 각종 망언과 막말, 쇄신 부재의 도로 친박당,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메시지 등을 한국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뉴시스

한국당, 일부터 제대로

현재 문재인정부는 안팎으로 난국에 빠져 있다. 경제와 안보가 나란히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경제정책 실패와 세계경기 둔화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맞물려 경제는 갈수록 쪼그라든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이 대놓고 문 대통령을 비난할 만큼 남북관계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민심을 잃은 것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한국당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5개월 만에 다시 10%대로 추락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48%로 전주와 같았지만 한국당은 19%를 기록해 20% 벽이 깨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반토막에 불과하다. 황교안 대표 취임 후 한때 상승했던 수치를 고스란히 반납했고, 정부의 실책에서 반사이익도 못 챙기는 야당이 됐다. 

정치권에선 각종 망언과 막말, 쇄신 부재의 도로 친박당,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메시지 등을 한국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국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권을 쥔 쪽은 정부 부처와 각종 기구를 통해 정책을 실행하며 실력을 평가받지만, 야당이 유권자에게 실력을 검증받을 공간은 입법기관인 국회밖에 없다. 

지난 4월 5일 이후 국회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통과되지 않았다. 석 달 넘게 계류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사상 초유의 무산 사태까지 우려됐다. 규제혁신 법안, 기업 경쟁력을 위한 법안, 노동시장의 변화를 겨냥한 법안 등 민생경제와 직결된 법안들도 모조리 발이 묶였다. 

한국당 지도부가 민생투어를 한다며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정작 민생을 위한 본연의 입법 활동은 지난 넉 달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시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냈고, 이는 패스트트랙 폭력사태 수사를 피하려는 방탄국회란 의심을 샀다.

난국에 유권자가 야당을 판단하는 기준은 대안세력이 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ILO 핵심협약 관련 법안 쟁점 직시를

앞으로 국회는 최대 시험대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 관계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 지 실로 주목된다. 

입법 과정에서는 단체협상 기간 연장, 노조의 직장점거 제한,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등 핵심 쟁점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모두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정부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위한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방침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 관계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입법과 비준 동의안 처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유럽연합(EU)에서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해결 절차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선 만큼 이젠 국회가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할 때다.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법안은 노동조합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으로, 경사노위의 공익위원 권고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이 ILO 핵심협약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노동계와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경영계가 맞서고 있어 국회에서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또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핵심협약 비준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국회에서 법 개정과 비준 논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노동 관계법 개정안과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동계와 경영계, 진보와 보수 사이에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ILO 핵심협약 관련 법안 쟁점들을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 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국내 주요 경제지표의 악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EU와 분쟁까지 더해지면 우리에게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노동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뗄 필요도 있다.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국회는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하며, 미적거릴 여유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국익보다 당리당략' 벗어나야

그동안 국회의 장기 파행은 역시 여야 정치권의 기본 자세가 문제다. 

우선,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부끄러운 민낯이 최근 드러나고 말았다. 산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월 30일 소속 의원들에게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보냈다. 내용 중에는 "우리 지지층뿐 아니라 스윙층에서도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한다"며 "(내년 4월)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란 대목이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의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다수"라는 내용도 담겼다. 과거사와 수출규제로 불거진 경제위기를 민주당이 선거에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다. 산하 민주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양정철 원장이 이끌고 있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하는 보고서 내용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주째 상승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2.0%p)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52.1%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43.2%로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제 위기 등 숱한 악재에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이처럼 상승한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촉발한 반일 감정 확산과 일본에 대한 정부의 강경 메시지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일본의 경제 보복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묻는 보수 야당을 친일 세력으로 몰아붙인 문 대통령과 청와대·민주당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적'(利敵) '친일파' 등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구축한 '친일 대 반일' 전선이 지지층 결집과 지지율 상승에 효과를 봄에 따라 집권 세력이 내년 총선까지 이 프레임을 끌고 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애초 내년 총선에서 여야는 '문 정부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이 형성됐다. 내년 총선에서 경제 실패와 외교·안보 무능을 덮으려고 집권 세력이 친일 대 반일 구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광복 70년이 넘은 대한민국에서 친일 대 반일이란 퇴행적 프레임이 난무하는 것은 국익과 나라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집권 세력이 총선 승리를 위해 이를 활용하면 국민은 용납할 수 없다. 지금은 친일이냐 반일이냐로 다툼할 때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을 토대로 일본을 이길 방안을 찾고 힘을 다해 실천해야 할 때다. 

제1야당의 자세전환도 요구된다. 자유한국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깡그리 잊었는지 혁신과 변화는커녕 구태만 재연하고 있으니 내년 총선은 보나마나 필패로 귀결될 듯하다.

요즘 한국당에서 누군가를 당직·국회직에 임명하면 어김없이 친박계다. 지난달 박맹우 사무총장 임명 이후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유기준 사법개혁특별위원장 내정 등 친박 일색이다. 그 와중에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퇴출 논란까지 있었다. 

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여권이 조장의혹을 받고있는 '친일 프레임'도 있겠지만, 개혁과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다. 이런 과거 회귀적인 모습으로는 중도·수도권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 황 대표가 '허약한 야당 대표'에 안주하기 싫다면 과거와 결별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더 큰 책임감과 입법자 의무를

결국, 국회운영이 그동안 그렇게 심하게 표류한 것은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 모두 자기들 당략에만 집중한 탓이 크다. 

국회 공전에 누구 책임이 크냐를 여론에 물으며 반사이익을 누리는 얄팍한 정략과는 양당 모두 이제는 결별해야 한다. 대신, 민주당은 민생 분야 성과 창출을 위한 절실함과 정치력을, 한국당은 수권 야당 지향의 대안 능력과 타협할 용기를 가지길 촉구한다. 

경제난에 안보 환경 악화까지 겹친 이 시기, 시민들은 어느 정당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범답안을 주도하느냐를 지켜보며 냉정히 점수를 매길 것이다. 

외교안보에 질서를 되잡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중·러에는 확고한 우리의 입장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실질적 해법을 논하는 협상을 조속히 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번 국회는 그야말로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할 실행적(實行的) 대응책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하면 국회가 일할 시간은 많지 않다. 여야 원내 지도자들의 국회 재가동 타협을 계기로 각 정당과 의원들은 더 큰 국가적 책임감을 갖고 입법자의 의무를 다해 나가길 희망한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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