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를 가다⑤-김포시] 신도시 개발 후 젊은층 대거 유입…보수 텃밭에서 격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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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를 가다⑤-김포시] 신도시 개발 후 젊은층 대거 유입…보수 텃밭에서 격전지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8.0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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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인구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젊은 도시’…정치 성향 변화 가능성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김포시 최북단에서는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다. ⓒ김포시청
김포시 최북단에서는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다. ⓒ김포시청

서울에서 차를 몰고 북서쪽으로 40여분 달려가면, 한강 너머로 북한 땅이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2차선 도로에는 녹갈색 지프차와 트럭이 오가고, 좌우에는 군부대가 터를 잡았으며, 북쪽은 아예 출입이 통제되는 도시. 경기도 김포시다.

그러나 이 모습이 김포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과 가까운 김포 남동쪽에는 잘 닦인 도로와 세련되고 깔끔한 건물이 가득한 동네가 위치한다. 자동차로 20여 분만 달리면, 북한 땅이 보이는 남한 끝자락에서 ‘서울스러운’ 신도시까지 구경할 수 있는 지역이 바로 김포다.

역사적으로 김포는 사람이 북적이는 지방이었다. ⓒ김포시청
역사적으로 김포는 사람이 북적이는 지방이었다. ⓒ김포시청

역사적으로 김포는 사람이 북적이는 지방이었다. 한강 끝자락에 자리해 물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했던 이곳은 오래 전부터 농사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김포평야에서 나는 김포미, 이른바 통진미(通津米)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진상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전 토지의 40%가량이 경지(耕地)일 만큼 좋은 땅이 많아,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삼면이 물길에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상, 김포는 기착지(寄着地) 역할도 겸했다. 특히 수도가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옮겨진 조선시대 이후에는, 서해를 타고 올라온 화물 운송선들이 총집결하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김포는 농업과 상업이 고루 발전한 도시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7월 26일 <시사오늘>과 만난 이 지역 언론인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설정된 강령포와 조강포, 마근포 일대는 과거 주막과 객주가 늘어선 ‘번화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김포는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걷는다. 물류의 중심이 철도로 이동하면서, ‘물의 도시’ 김포의 역할은 축소가 불가피했던 까닭이다. 여기에 6·25 전쟁이 터지고 휴전선이 한반도를 가로지르면서, 김포는 과거의 영광을 상실한 채 역사의 아픔과 마주해야 하는 ‘최전방’으로 격하되고 만다.

김포시는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다. ⓒ시사오늘
김포시는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다. ⓒ시사오늘

이 같은 특성은 김포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8차례 총선에서, 김포가 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그조차도 한 번은 한나라당에서 탈당,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에 성공한 박종우 전 의원이고, 다른 한 번은 제20대 총선에서 승리한 김두관 의원이니 사실상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수 정당 우위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원인은 신도시 건설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김포는 인구 분산을 위한 베드타운 건설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정부는 김포 남부(김포2동 일원)에 약 6만 세대 규모의 김포 한강신도시를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의 결과로 김포 인구는 2005년 19만5000여 명에서 2018년 42만3000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신도시에는 고학력·고소득 젊은층이 유입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6월 초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뉴타운에서는 젊은층이 유입되기 때문에 진보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시를 갑(甲) 선거구와 을(乙) 선거구로 분구(分區)하던 당시, 거대 양당은 진보 성향이 높은 신도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면 지역을 전략적으로 분리하기도 했다.

신도시가 개발된 후, 김포에는 젊은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사오늘
신도시가 개발된 후, 김포에는 젊은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사오늘

김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2018년 기준 김포의 평균연령은 39세로, 전국 평균(42.1세)보다 3세 이상 낮다. 신도시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동(洞) 지역에는 서울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에 이끌린 젊은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도시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2012년 이후 치러진 대부분 선거에서 김포는 ‘격전지’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결과를 보여줬다. 제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만4000표 이상 앞섰으나, 동(김포1동·김포2동·사우동·풍무동·장기동) 지역에서는 1500여 표 차이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7300여 표 차이 승리를 거뒀지만, 동 지역에서는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1000여 표 정도 앞섰다. 분구된 후 처음 치러진 선거였던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고촌읍·김포1동·사우동·풍무동·장기동이 같은 선거구로 묶인 김포시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가 새누리당 김동식 후보에게 4만9758표 대 3만4149표로 완승, 아예 판도가 뒤집혔음을 알렸다.

김포시는 동 지역과 면 지역의 투표 성향이 정반대인 곳이다. ⓒ시사오늘
김포시는 동 지역과 면 지역의 투표 성향이 정반대인 곳이다. ⓒ시사오늘

상대적으로 농촌지역이 많이 포함된 김포시을(통진읍·양촌읍·대곶면·월곶면·하성면·김포2동·구래동·운양동)에서는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3만4016표)가 더불어민주당 정하영 후보(2만9860표)와 국민의당 하금성 후보(8852표)를 누르고 당선증을 거머쥐었지만, 동 지역에서는 모두 정 후보가 승리(김포2동 5881표 대 7077표, 구래동 4596표 대 6033표, 운양동 3919표 대 4449표)하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는 완전한 더불어민주당 우위 구도가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세 개 면 지역(대곶면·월곶면·하성면)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며 무난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곶면·월곶면·하성면을 뺀 모든 지역에서 1위에 오르면서 우위를 이어갔다.

김포시 인구수는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평균 연령은 전국 평균보다도 3세가량 낮다. ⓒ시사오늘
김포시 인구수는 10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는데, 평균 연령은 전국 평균보다도 3세가량 낮다. ⓒ시사오늘

앞으로도 김포가 과거의 ‘보수 정당 텃밭’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도시와 동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층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 지역 인구가 읍·면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진보 정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가져갈 확률도 낮지 않다. 2018년 지방선거 선거인 수만 봐도, 동 지역이 21만3000여 명이었던 반면 읍·면 지역은 8만4300여 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시사오늘>과 만난 이 지역 한국당 당직자 역시 “김포가 북한과 인접해 있다 보니 10~20년 전까지는 보수 정당이 유리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젊은층이 많이 들어오면서 보수 정당이 특별히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며 “젊은 유권자들은 정책이나 이슈에 민감하기 때문에, 누가 이슈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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