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아이들 밥그릇'으로 정치 놀음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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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아이들 밥그릇'으로 정치 놀음은 그만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8.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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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무상급식 `찬반투표, 이념적 변질을 우려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아이들의 밥그릇을 사이에 둔 찬반 대결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더욱, 최근에는 주민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쪽은 인기에 영합해 예산을 낭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고 또 한쪽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보다 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이들의 입장은 맞닿을 수 없는 철로처럼 평행선을 달리며, 투표 반대 입장을 가져온 측은 주민들에게 '투표 거부'를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이미, 공중파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갈등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TV를 통해 이미 한차례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의 입장, 나아가 당장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의 입장은 난처하기 이를데 없다.
 
투표를 하자니, 갈등의 파장이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투표를 하지 않자니,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여기에 유권자의 심기를 더 어지럽히는 것이 있다.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확대되면서, 심지어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구분이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봐줄 만하다. 그러나, 이번엔 이념이 얹어졌다. '성장'이냐 '분배'냐의 보수냐 진보냐를 가르는 주요 잣대가 됐다.
 
논란을 지켜볼수록 판단이 흐려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만약 단순한 예산 문제라면, 기왕이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그도 아니면, 일부 시행됐던 것처럼, 소득하위자 가정을 선별하는 '선별 급식'을 추진하는 것도 맞다.
 
또 다분히 정치적 논란이라면, 기존에 지지해온 정파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바쁜 일상에 많은 생각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반면, 논란이 이념으로 흐를 경우, 사정은 좀 달라진다. 혜택의 주체가 혹시라도 유권자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 지원 예산이 모두 국민의 혈세인 만큼, 혹시라도 내 주머니가 괜히 털리는 상실감을 맛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따지고, 저렇게 따져도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의 답을 찾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상 급식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기에 주민투표의 정당성과 부당성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원초적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모두가 국민이 잘 돼자고 하는 것인가? 이것을 따져보면, 유권자의 판단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중 누가 더 진정성이 있느냐는 잣대를 들이대 보자.
 
한편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또 한편은 '복지'의 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공교로운 것은 이들 모두가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그것도 아이들의 밥그릇을 가지고, 정치 놀음을 벌이는 쪽은 내년 두 선거에서 모두 참담한 패배를 맛볼 것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상기시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런 의미에서 각 정파와 정당은 명심해야 한다. 옛말에도 나오듯 '먹는 것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가장 나쁜 버릇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 있다.
 
내년 두 선거의 결과가 궁금하다면, 각자 내세운 이번 무상급식 논란에서 이념의 색안경과 정치색을 빼고 오로지 국민의 건강권과 기본권만을 놓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뤄야 할 것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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