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삼표그룹 오너家, 도와주지 않는 ‘우주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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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삼표그룹 오너家, 도와주지 않는 ‘우주의 기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8.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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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정대현 경영권 승계작업, 실적 하락·경영여건 악화로 먹구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도원 회장에서 정대현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로 갈 길이 바쁜 삼표그룹 오너일가가 실적 하락과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표그룹의 실적은 지난해 급격히 감소했다. 2018년 ㈜삼표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5674억 원, 483억4568만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66%, 68.99% 줄었다. 같은 기간 법인세차감전순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건설업 등 전방산업 침체로 인한 수익성 저하라는 게 삼표의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들이 받아든 성적표도 비슷한 상태다. 지난해 삼표산업의 영업이익은 475억5237만 원으로 전년보다 34.72% 줄었고, 같은 기간 삼표피앤씨와 에스피네이처(舊 삼표기초소재)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73.35%, 47.16% 감소했다. 상장사인 삼표시멘트의 실적은 더 좋지 않다. 지난해 삼표시멘트의 영업이익은 7억4523만 원으로 전년보다 98.99%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법인세차감전순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로 분기보고서를 공시하는 삼표시멘트는 2019년 1분기 매출 1293억1534만 원, 영업손실 67억1648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 감소했고, 영업손실폭은 35.49%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20억8408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이 무려 388.55% 늘었다.

이중 삼표그룹 오너일가에게 뼈아픈 대목은 에스피네이처의 실적 하락으로 보인다. 에스피네이처는 지난 2월 삼표기초소재가 네비엔, 경한 등을 흡수합병해 설립된 회사다. 사업 성격이 비슷한 기업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게 표면적으로 내세운 합병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삼표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삼표기초소재는 정도원 회장의 아들 정대현 사장이 지분 79.87%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흡수합병으로 탄생한 에스피네이처를 활용해 정대현 사장이 그룹 지배력 정점에 있는 ㈜삼표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이 지분 81.90%를 보유한 회사로, 정대현 사장의 지분은 14.08%에 그친다. 그룹 차원에서 에스피네이처의 몸집을 키워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합병비율로 ㈜삼표와 합병시켜 정대현 사장의 ㈜삼표 지분을 늘리는 게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에스피네이처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감소한 데다, 올해 실적도 신통치 않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그룹과 사돈지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제철로부터 부산물을 받아 가공해 삼표산업 등에 되파는 형식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최근 현대제철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삼표그룹 오너일가의 바람대로 일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스피네이처의 실적 하락폭보다 ㈜삼표의 하락폭이 더 크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장사인 삼표시멘트의 실적 추락도 경영권 승계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초 정대현 사장이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 정대현 사장의 경영능력에 물음표를 붙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했을까, 삼표시멘트는 올해 들어 정 사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 문종구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경영정상화지만 이면에는 아들 정대현 사장에 대한 비판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부친 정도원 회장의 배려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당시 정대현 사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야말로 이례적인 인사다.

정도원 회장(오른쪽), 정대현 사장 ⓒ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오른쪽), 정대현 사장 ⓒ 삼표그룹

삼표그룹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GBC(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프로젝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면서 삼표그룹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삼표산업의 서울 송파 풍납동 레미콘공장과 GBC 부지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GBC 착공 이후 삼표산업에 많은 일감이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GBC의 연내 착공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GBC 건립 관련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고시했다. GBC가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국방부와의 비행안전 문제에 대한 협의가 남아있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GBC가 연내 착공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하반기 중 건축허가를 내고 연내 착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목동 빗물배수시설 공사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 현대건설과 지방자치단체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인해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서울시 도시기반본부, 양천구청 등 지자체가 경찰로부터 최근 압수수색을 당했다.

만약 GBC 착공이 해를 넘길 경우 삼표그룹은 GBC 관련 일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울 풍납동 토성 복원 문제로 올해 안에 삼표산업의 서울 송파 풍납동 레미콘공장을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 철수 뒤 삼표그룹이 GBC 관련 일감을 얻게 된다면 경쟁업체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생기게 되고, 사돈지간인 현대차그룹이 삼표그룹에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최근 시멘트·레미콘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부분도 악재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일본산 석탄재에 대한 방사능과 중금속 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쌍용양회공업·삼표·한라·한일시멘트가 최근 10년 간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는 총 1206만5000톤에 달한다. 이중 삼표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집계됐다.

일본산 석탄재에 대한 수입 금지 등 규제가 시행된다면 삼표시멘트를 비롯한 국내 시멘트·레미콘 업체들은 곤욕을 치를 공산이 크다. 일본 발전소는 한국 업체들에게 톤당 3~5만 원 가량의 보조금을 주고 석탄재를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원료 가격 부담 등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규제 시행 가능성은 높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대일 방침을 세운 데다, 국민감정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쏠린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발생한 라돈 아파트 사태가 일본산 석탄재를 혼화재로 사용한 레미콘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하락과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로 인해 삼표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에 일본 문제까지 겹치는 바람에 삼표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분위기가 안 좋다. 일단 실적이 정상화되고 난 뒤에 경영권 승계를 해야 나중에 뒷말이 나오는 걸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삼표그룹 부자는 예전에 철피아, 삼표기초소재 헐값 매각에도 연루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서 승계를 강행한다면 여론이 등을 돌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에스피네이처를 합병하든, 현물출자를 하든 어떤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작업에 나서더라도 일단 여력이 있어야 일을 추진할 수 있다. 경영권 승계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인적자원이 투입된다"며 "보는 눈도 많다. 불과 2달 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대차그룹 부당지원 관련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서,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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