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어색한 높임 “커피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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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어색한 높임 “커피 나오셨습니다”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08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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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사물인 ‘커피’를 높이고 있어 이상하다. 커피를 높이는 데서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오히려 고객과 직원 간의 수직관계가 느껴진다.  ‘커피 나왔습니다’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넷커뮤니티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사물인 ‘커피’를 높이고 있어 어색하다. 커피를 높이는 데서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오히려 고객과 직원 간의 수직관계가 느껴진다. ‘커피 나왔습니다’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넷커뮤니티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듣기에 어색합니다. 특히 가게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말할 때 이렇게 사물을 높여 말하는 경우가 잦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높임 표현이 늘어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만 원이세요.” “주스는 없으세요.”도 마찬가지 예일 것입니다. 

‘-시’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앞의 예들은 사물인 ‘커피, 값, 물건’을 높이고 있어 이상합니다. 이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표현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 나왔습니다.” “만 원이에요.” “주스는 없어요.”가 바람직한 말하기입니다.

높임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커피, 값, 물건을 높이는 데서는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오히려 고객과 직원 간의 수직관계가 느껴집니다. 이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요. 고객이 직원에게 “아메리카노 있으세요?” “카드 되세요?” “만 원 여기 있으세요.”와 같이 말하지는 않잖아요. “아메리카노 있어요?” “카드 돼요?” “만 원 여기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지나친 높임은 ‘사장님실’과 같은 말에서도 엿볼 수 있겠네요. 사장은 꼭 ‘님’을 붙여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 “사장님실이 어디죠?”와 같이 말하기도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도 그런 예입니다. 대통령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께서’, ‘-시’로 높이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님’은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말하는 상황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존대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말이죠.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로 하는 게 적절합니다.   

‘분’의 쓰임이 많은 것도 높임 표현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요? ‘손님분’, ‘어머님분’도 높임이 넘치는 말입니다. 이미 손님, 어머님은 ‘님’이 결합된 말로서 그 자체가 존칭어이므로 ‘분’까지 덧붙이는 것은 과도한 존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자료: 허철구 <공부도 인생도 국어에 답이 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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