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죄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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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죄가 없나?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9.08.13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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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 정국 때다. 통진당 해산 여부가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당시 통진당 해산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그 근거로 통진당의 강령을 문제 삼았다. 통진당 강령이 북한의 노동당 강령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 ‘민중이 정치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표현 등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것들은 해석하기 나름일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반박이 만만치 않았다.

민주화운동 대부로 불리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도 당시 통진당의 강령을 문제 삼는 것에는 고개를 저었다. 장기표 대표는 대신 ‘통진당의 해산 사유는 스스로가 유사시에 북한을 돕겠다고 밝혔고, 그런 사실에 대해 스스로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진당은 그랬다. 앞서 지난 2013년 8월 자당 소속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된 이후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고, 결국 여론은 냉담하게 돌아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약 2년 3개월 뒤인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탄핵됐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최순실의 테블릿PC다. 당시 일부 언론은 최순실이 테블릿PC를 가지고 박 전 대통령 연설문을 고쳐줬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보도가 나온 다음날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때부터 최순실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식의 얘기들이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많은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라며 분노했다. 이렇게 여론이 급격히 기울면서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탄핵됐다.

최근 박 전 대통령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는 최순실에게 휘둘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단지 집권하기 전에 최순실로부터 연설문과 관련해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이 입는 옷과 먹는 음식 등을 도와주는 수준이었다고 강조한다. 다 좋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스스로 ‘최순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건 와전된 얘기다. 나는사생활과 관련해서 극히 일부분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고 명백히 밝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박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과거 통진당의 침묵이 떠오른다.

요즘 소위 보수 통합 주장이 상당하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내년 4월 총선에서 심판하기 위해선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보수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세력과 반대했던 세력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뉜 게 아니라 적대적 관계다. 이에 서경석 목사는 답답한 나머지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했던 보수 세력들이 날을 잡아 끝장 토론을 한 뒤 모든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자’고까지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침묵하고 있는 한 이런 토론회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한 오해에 대해 해명하는 건 대한민국 법이 부여한 권리다. 박 전 대통령이 부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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