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스님에게 빗을 팔아라”…도전과 옥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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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스님에게 빗을 팔아라”…도전과 옥돌의 가치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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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10일 동안 스님들에게 빗을 팔고 오라’는 과제를 내자 응시자 대부분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세 사람만 남았다. 제 손으로 뭔가를 이뤄내려는 도전정신은 실종돼 가고 있다.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이 거대한 ‘무기력 수용소’로 변해가는 듯하다.  ⓒ인터넷커뮤니티  
‘10일 동안 스님들에게 빗을 팔고 오라’는 과제를 내자 응시자 대부분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세 사람만 남았다. 제 손으로 뭔가를 이뤄내려는 도전정신은 실종돼 가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이 거대한 ‘무기력 수용소’로 변해가는 듯하다. ⓒ인터넷커뮤니티  

창의력은 무(無)에서 어느 한순간 생겨나는 게 아니다. 책 읽지 않고 사색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더하기란 어렵다. 잭 웰치나 빌 게이츠 같은 경영자도 하루 한 시간씩 창밖을 바라보고, 1년에 2주씩 외딴 오두막에서 이른바 ‘사유 주간’을 가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청소년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입시지옥’을 한 번 갔다 와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잘 안 되고, 비정규직이 많아 불안 속에 살아간다.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오르내려야 할 정도로 바쁜 직장생활…. 

머리 좋은 젊은이들은 속 편한 공무원 신분을 꿈꾼다. 정부가 공무원을 몇 만 명 늘리겠다고 하면 그 수십 배에 이르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고시원으로 향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이 거대한 ‘무기력 수용소’로 변해가는 듯하다. 제 손으로 뭔가를 이뤄내려는 도전정신은 실종돼 가고 있다.  

한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입사 지원자들에게 ‘10일 동안 스님들에게 빗을 팔고 오라’는 과제를 내놓았다. 응시자 대부분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세 사람만 남았다. 열흘이 지나고 면접관은 첫 번째 응시자에게 물었다. 

“얼마를 팔았습니까?” 
“겨우 하나 팔았습니다.”

첫 번째 응시자는 스님들에게서 온갖 욕설을 듣고 산을 내려오던 중 스님 한 분이 머리를 긁는 것을 보았다. 그 스님에게 머리를 긁어보라며 빗을 건넸다. 이것이 그가 판 단 하나의 빗이었다. 

두 번째 응시자는 높은 산 위에 있는 큰 절로 갔다. 바람이 심하게 휘몰아치고 있어 참배객들마다 머리카락이 엉켜 있었다. 그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안을 했다. “스님, 절에 빗을 갖춰 놓고 참배객들에게 사용하게 하면 어떨까요?” 이 말을 들은 스님은 빗 한 개를 놓고 가라고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응시자는 열 개의 절에서 열 개의 빗을 팔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응시자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한 절을 찾아갔다. 그는 주지 스님에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안을 했다. 

“스님, 참배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깊은 곳까지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기념선물을 드려 부적으로 삼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저에게 나무 빗이 있습니다. 거기에 스님의 필체로 선을 쌓는 빗이라는 뜻의 ‘적선소(積善梳)’라고 새겨 불자들에게 선물하면 어떻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주지 스님은 그 자리에서 천 개의 빗을 산 후 바로 그의 말대로 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그에게 여러 종류의 빗을 더 많이 주문했고 매년 ‘적선소’ 납품을 부탁했다. 

돌과 옥돌의 차이는 뭘까. 돌은 길거리에 그냥 버려진다. 하지만 옥돌은 값비싼 보석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왜냐하면 돌은 흔한데 옥돌은 희소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 역시 마찬가지다. 남과 다른 것을 갖고 있지 못할 때 나의 가치는 낮아지고, 내가 특별하고 희소할 때 나의 가치는 높아지고 성공할 수 있다. 

시험을 위한 단순 암기식 공부로는 희소가치를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책이라는 거인의 무동을 타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의 은행을 하나 갖고 있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창의력은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존 것에 작으나마 변화를 더하는 힘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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