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CCTV와 감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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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CCTV와 감시 사회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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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들의 수술실 내 비윤리적 행위, 대리수술 등으로 여론형성이 됐던 사안이다. ⓒ인터넷커뮤니티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들의 수술실 내 비윤리적 행위, 대리수술 등으로 여론형성이 됐던 사안이다. ⓒ인터넷커뮤니티

예전에 차를 몰다 경찰의 함정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잦았다. 경찰관이 도로 곳곳에 숨어 주행 차의 속도를 재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집으로 교통범칙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그래서 경찰이 단속을 했을 법하다. 이젠 그런 도로 감시 역할을 수많은 CCTV가 하고 있다. 

최근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에게 ‘소포 테러’를 한 범인을 찾는 데 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은 서울 신림동 편의점에서부터 CCTV 1000개를 연속 확인하는 방식으로 범인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CCTV가 아니었다면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특정해 수사에 애를 먹을 뻔했다.

폐쇄회로(CC)TV는 교통용·산업용·교육용으로 생활 곳곳에 설치돼 있고,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고 특정 범죄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를 하는 순기능이 있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 출처 불명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하루 평균 83회 CCTV에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생활 속에서 감시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며칠 전 일간지 칼럼에서, 어떤 작가가 이사를 간 건물 앞에 쓰레기가 쌓이자 CCTV를 설치해 효과를 봤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사 간 곳 어느 골목에 CCTV를 설치했다는 문구와 함께 문제적 인물을 크게 붙였다. 속이 불편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다음 날부터 쓰레기가 깔끔해진 것이다. 각자 자기 집 앞에 깨끗하게 묶은 쓰레기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사무실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나왔다. 자발적으로 치우기 시작했다고 믿는 파와 감시가 작동해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파로. 쓰레기봉투를 들고 문을 열고 나가는데 연립주택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엉망진창이었는데 덕분에 쓰레기가 많이 줄어서 고맙다고 한다. 나는 쓰레기 열사가 되고 말았다.’ 

CCTV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식이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보려고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CCTV 영상은 비공개 대상으로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볼 수 없었다. 학부모의 강한 요구가 있으면 수사관에 따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경찰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요청하면 정보공개 청구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수사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런 조치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엔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 측에서는 수술실 내 CCTV가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현재 수술실 CCTV 설치법은 국회의원의 발의로 국회 내 논의를 앞두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사들의 수술실 내 비윤리적 행위, 대리수술 등으로 여론형성이 됐던 사안이다.

“수술실에 CCTV가 있었으면 아내를 수술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하다가 아내가 사망에 이르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A씨는 아내가 사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아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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