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北은 왜 미사일을 자꾸 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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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北은 왜 미사일을 자꾸 쏠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8.17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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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대한 대만화(化) 전략인가
文정부 향한 한반도의 甲선언인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영국 BBC 보도ⓒ뉴시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영국 BBC 보도ⓒ뉴시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걸까. 우리는 유하게 나가는데, 북한은 올해만 5월 4일을 시작으로 8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눈길을 끄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고한 장거리 미사일은 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남한을 겨냥한듯 동해상으로 날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그랬다. 원래 보통 역대 어느 정부든 출범 초기에는 북에서도 탐색전을 하지, 미사일 발사로 도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부터는 북의 행보가 달라졌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며칠도 안 돼 북에선 미사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5월 14일 화성-12형 탄도리 미사일을 시작으로 그 달만 4발을 발사했다. 이후 6월부터 11월까지 총 9발의 미사일을 우리 쪽에 겨눴다. 문민정부 이후 좀처럼 볼 수 없는 ‘최다 도발’인 셈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왼뺨을 맞으면 오른 뺨을 내밀었다.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정부 초기 북이 처음 미사일을 날릴 때도 정부는 인도적 지원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그해 7월에는 북과 함께 여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상이 담긴 베를린 구상도 발표했다. 두 달 뒤 북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할 때도 우리는 북을 지원하는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를 의결했다.

다행인 걸까. 노력이 통했는지, 2018년은 해빙기의 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화 메시지를 보내자 정부는 북미 간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중재자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결실 끝에 사상 초유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역시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의 봄이 진짜 온 것인가, 핑크빛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2019년 재개된 미사일 발사가 말해주듯 또 한 번 180도 바뀐 북한의 대남 강경 제스처다. 문 대통령을 향해 “겁먹은 개”라는 북의 성명서가 전해질 만큼 조롱의 수위 역시 세지고 있다.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평화 경제”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다.

어느 때보다 북에 호의적인 정부건만, 왜 북한은 더 자주  더 많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걸까. 여기에는 북한 정권의 체제 유지를 위한 내부결속 다지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신형 무기 시험사격 등이 일반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비관적 관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 이를테면 주도권 사수다. 남한을 상대로 한 북한식 대만화(化)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과거 대만은 1945년 유엔의 창립국가이자, 상임이사국으로의 지위였다. 그러다, 중국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국제적 입지가 높아지면서 점차 고립된 대만은 주권 국가로의 합법적 지위를 잃고 만다. 중화민국(대만)이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중국)만 국제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상황에 주시하며 이 점을 우려하는 눈치다. 전경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석좌연구위원(남북사회통합연구원 원장)은 지난 1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최근 미국 논문에서는 지금과 같은 남북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핵을 가진 북한이 우리 정부에 정치적 항복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은 16일 통화에서 “남한이 대만처럼 될 수 있다”고 일갈했다. 장 원장은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대만과의 수교를 단절했던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그렇게까지는 안 되겠지만 북미 동맹이 형성되는 상화에서 남한이 고립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남한을 의도적으로 배제해갈 수 있고, 미사일 발사 또한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기하면, 미국의 대북강경론이 거세지며 전쟁 위기감이 고조될 당시만 해도 북한은 미국에 다리를 놓을 남한 정부의 중재가 필요했다.

그랬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의 깜짝 회동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김 위원장에 만나자고 공개 제안하자, 10분 만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성사 배경의 숨은 일화를 전했다. 정부가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우리 정부에 대한 얘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남한 땅에서 이뤄진 판문점 회동에서의 주역은 북미 두 정상이었다. 문 대통령이 조연 역할을 기획했든, 밀려났든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미사일 발사와 “중재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유추 가능한 것이 있다.

이른바, ‘한반도의 갑(甲)’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끼리 중심의 평화 경제를 주창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북한에서는 ‘북미 끼리 직거래’하겠다,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즉 핵을 보유한 북한이 한반도를 대표하고 있다는, 주인 행세의 으름장이라는 견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왜 일련의 경고 앞에서 아무 말도 않는 것일까. 전경만 위원은 기본적으로 북중 친화적인 종속 외교가 본질일 수 있다고 했다. 일예로 중국 방문 당시 ‘중국은 거대한 산봉우리’ ‘대국’에 빗댔듯 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관점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한반도의 정통성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일침도 가해졌다. 장기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류는 ‘남한 정부는 미국의 식민지라 보고, 북한 정권이야말로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문 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과 조롱이 모욕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 관점은 고쳐지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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