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분양가상한제 後 신축 강세?…‘실거래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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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분양가상한제 後 신축 강세?…‘실거래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8.20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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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공론화한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위축된 반면, 수도권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요 경제지들의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보도는 분양가 상한제에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완벽하게 뒷받침합니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신축 아파트 집값 상승, 로또 아파트 확산 등 현상이 발생해,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선제적으로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뭔가 석연치 않았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등으로 대내외 경제 불투명성이 심화되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안전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 사실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으로 신축 아파트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돼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수에 나서는 투기꾼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수 경기침체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이 있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출도 묶였고, 자산가들도 움츠린 상황에서 그것도 전보다 높은 가격에 말이지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신축 아파트 강세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단지들의 실거래가를 살펴봤는데요.

분양가 상한제 발표·거론 이후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정말 상승했을까 ⓒ pixabay
분양가 상한제 발표·거론 이후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정말 상승했을까 ⓒ pixabay

우선, 서울 강남권 신축 아파트부터 들여다봤습니다. 2015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7층)가 지난 7월 12일 26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 전인 지난 5월 동일 면적의 같은 층수가 24억 원에 팔렸으니, 2개월 만에 2억 원이 뛴 게 맞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발표 후 신축 아파트가 상승세라는 논리를 펼치기 충분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빠뜨려선 안 될 대목이 있었습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94㎡ 5층과 2층 매물이 지난 7월 각각 27억3000만 원, 27억7500만 원에 팔렸다는 것입니다. 해당 아파트 전용면적 94㎡는 지난 4월 27억8000만 원(16층), 지난 5월 28억9000만 원(23층), 지난 6월 2일(김현미 장관 분양가 상한제 언급 전) 28억3000만 원(11층)에 거래된 바 있는데요. 층수 차이가 제법 있긴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신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논리를 흔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는 지난 7월 13일 전용면적 99㎡(16층)과 59㎡(5층)가 각각 25억5000만 원, 17억95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해당 단지는 앞서 지난 5월 전용면적 99㎡(16층)가 23억1700만 원, 지난 6월 1일 59㎡가 16억 원에 각각 팔렸는데요. 2억 원 가량 가격이 뛴 겁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지난달 30일)에 거래된 전용면적 59㎡ 6층짜리가 14억 원에 팔렸다는 건 언론 보도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 언급 전 2억 원대에 팔렸던 전용면적 84㎡가 6월 말 19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는 점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또한 지난해 6월 입주가 이뤄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는 전용면적 84㎡가 역대 최고가인 28억1000만 원에 실거래됐다고 보도되고 있는데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20일 기준)까지 총 4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그중 전용면적 84㎡ 매매 건수는 단 하나에 불과합니다.

비(非)강남권 신축 아파트 강세 사례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 전용면적 84㎡(10층)가 지난달 초 14억1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해당 아파트 동일 면적 매물의 지난 4~5월께 가격대가 11억~12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억~3억 원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헌데 실거래가를 살펴보니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5월에도 13억 원 후반대에서 14억 원까지 가격대를 형성하며 심심찮게 거래(5월 24일 4단지 20층 14억 원, 5월 22일 1단지 12층 13억7000만 원 등)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인용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비서울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강세 사례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경기 성남 분당구 '판교더샵퍼스트파크'로 가봅니다. 해당 아파트는 오는 2021년 6월 준공 예정으로, 현재 분양입주권 거래가 되고 있는 단지인데요. 분양가 상한제 거론 전 11억 원대에 매매됐던 전용면적 114㎡(17층)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인 지난 16일에는 12억3490만 원에 팔렸다며 공급 부족 전망에 따른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 매물은 분양가 상한제 공식 발표 전인 지난 7월에도 12억2600만 원(17층)에 거래됐고, 지난 4월에도 12억 원에 육박하는 11억9600만 원(19층)에 매매가 이뤄진 바 있습니다. 또한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6일 9억1310만 원(6층)에 팔렸는데, 동일 면적 매물이 지난 4~6월 9억10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대에 거래된 대목은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듯 실거래가를 살펴보니, 분양가 상한제 발표 또는 거론 이후 신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정책인 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기 위해 몇몇 통계를 짜맞추기 식으로 선택적으로 취합해 인용하는 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결국 혼란을 야기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집값에 대한 통계 왜곡은 국민들의 주거권 실현과 보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 삼가야 된다고 봅니다. 이런 식의 보도가 이어진다면 시장 현실과 다르게 호가만 급격히 올라가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됩니다. 분양가 상한제 찬반을 떠나서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겠지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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