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 단상] 아리송한 ‘체, 채, 째’ 제대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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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文 단상] 아리송한 ‘체, 채, 째’ 제대로 쓰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8.2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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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지난번에 지적한 바 있지만, 군자역의 상업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잘못 쓴 낱말 하나가 뭔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장소나 방송에서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됩니다. ⓒ인터넷커뮤니티
지난번에 지적한 바 있지만, 군자역의 상업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잘못 쓴 낱말 하나가 뭔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장소나 방송에서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됩니다. ⓒ시사오늘

TV방송을 시청하다 우리말을 한국 사람보다 더 잘 하는 외국인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속담과 격언을 인용해 가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언어의 달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도 헷갈리는 말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 하나는 ‘체, 채, 째’입니다.  

‘체’와 ‘채’는 소리가 비슷한 데다 쓰이는 환경도 비슷합니다. 여기에 ‘째’까지 더해지면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우선 ‘체’와 ‘채’의 올바른 쓰임을 볼까요. ‘누나는 그 떡을 먹은 체(도) 하지 않는다.’ ‘주권을 빼앗긴 채(로) 살아 왔다’처럼 쓰입니다. 

‘체’는 대체로 ‘어떤 행위를 한 것처럼’ 할 때 쓰며, ‘척’으로 바꿔 쓸 수 있어요. 이에 비해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를 나타냅니다. 지속의 의미가 들어가 있습니다. ‘체’ 뒤에는 조사 ‘–도, -만’ 등이 두루 붙을 수 있지만, ‘채’ 뒤에는 ‘-로’ 정도만 붙을 수 있답니다. 

‘채, 째’의 아리송한 쓰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서울지하철 5호선 군자역 내부에 설치돼 있는 상업 광고판 문구입니다. ‘통증, 뿌리채 뽑겠습니다’로 잘못 표기돼 있더군요. 올바른 표기는 ‘통증, 뿌리째 뽑겠습니다’로 해야 합니다. ‘뿌리 그대로, 전부’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는 문장이기에 ‘째’를 쓰는 게 맞는데, 명사 ‘채’와 헷갈려 잘못 쓴 것입니다. 

지난번에 지적한 바 있지만, 군자역의 이 광고판은 그릇된 표기 하나 때문에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잘못 쓴 낱말 하나가 뭔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장소나 방송에서 잘못 쓰인 말글은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지럽히는 주범이 됩니다. 서울지하철 5, 7호선 환승역인 군자역은 하루 평균 5만 명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이 광고판을 지날 때마다 잘못된 표기를 보면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말과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우리 말글에 신경 쓰면서 잘못된 점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쓰는 말글이 곧 나이고, 그 말글은 상대에게 영향을 주고 다시 나에게 되돌아옵니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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