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영훈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 비판
[칼럼] 이영훈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 비판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9.08.22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호의 시사보기> 진영논리로 왜곡된 주장 확산시켜선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최근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이 보수진영의 비판을 받으면서 이영훈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필자는 2006년 독도수호국제연대가 출범한 이래 산하 단체인 ‘독도아카데미’의 지도교수를 하면서 12년째 독도문제를 연구하고 교육해 온 터라 이영훈 교수의 독도에 대한 시각이 궁금했다. 이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에서 24페이지에 걸쳐 독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는데, 기존 우리 측 주장을 부정하고 상당 부분 일본 측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지식인의 중립적 입장에서 기술한다고 했지만 그의 주장은 객관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독도문제에 관한 한 불충분한 연구를 전문가적인 수준으로 포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유튜브 열풍이 불면서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 유포되는 것이고, 특정 분야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이슈를 그 분야 전문가처럼 말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전문가의 비전문성 오류’라고 비판해 왔다. 예를 들면 경제학자가 개헌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헌법에 대한 기본 상식도 결한 채 헌법 전문가처럼 평론하는 경우다. 필자는 독도문제에 관한 한 이 교수가 ‘반일 종족주의’에서 유사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느꼈다. 이영훈 교수는 독도를 ‘반일 종족주의의 최고 상징’으로 표현했는데 울릉도와 독도 현장을 몇 번이나 답사했는지 묻고 싶다. 이 교수가 제기한 몇 가지 중요 이슈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교수는 ‘세종실록지리지’의 우산과 무릉을 거론하면서, 여기서 우산은 독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의 섬이며, 그 근거로 “두 섬은 서로 떨어짐이 멀지 않아 날씨가 좋으면 바라볼 수 있다”는 문장을 든다. 이 교수는 두 섬의 거리가 멀지 않으면 서로 바라보임이 당연한데 굳이 ‘날씨가 좋으면’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 자체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울릉도와 독도를 답사해 본 사람이라면 ‘세종실록지리지’의 이 부분을 쉽게 납득한다. 독도아카데미 독도탐방에 울릉도 도동항 산 위에서 독도를 바라보는 일정이 있다. 87.4km 떨어진 독도가 날씨가 흐린 날에는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면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간단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현장도 답사하지 않고 일본 측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팔도총도에 우산도가 울릉도의 절반 크기로 울릉도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이 지도를 근거로 독도 고유영토설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 동서남북을 혼동하도록 가르치는 폭거와 같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의 이 주장을 다른 고지도에 적용한다면 모든 고지도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섬들은 고사하고 한반도 자체의 크기나 모양이 현재의 지도와 크게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튜브 강의에서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현장을 실측하지 않았다고 말하는데 15세기 조선의 과학 수준을 현대적 수준에서 평가하는 것 같다.

이 교수는 일본인 연구자가 모두 116장의 지도에 그려진 우산도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우산도의 위치가 대개 울릉도의 서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다 19세기에는 동쪽으로, 그리고 동북쪽으로 옮아가는 추세를 보인다면서 우산도는 조선시대에 걸쳐 떠도는 섬이었는데 이는 환상의 섬이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일본의 고문헌에 독도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연구자가 우리의 고지도 116장에서 우산도를 확인해 주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조선의 독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 준 셈이다. 아무튼 울릉도와 우산도의 위치가 부정확하게 나타난 것은 여러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그 중의 하나가 초기 울릉도 거주민은 강원도에서 건너 간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남쪽 주민들이 부산 동래를 거쳐 울릉도에 들어갔다는 것인데 1693년 안용복의 경우도 이 루트를 따라서 울릉도에 들어갔다. 바다 길 사정에 따라서 울릉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독도를 거쳐 울릉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독도를 울릉도보다 서쪽에 있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에서 결론적으로 조선 정부는 독도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하는데 조선의 중앙정부가 독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사한 자료가 없다는 것을 조선의 중앙정부가 독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조선시대의 도서정책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생각된다. 이 교수가 결정적으로 간과한 것은 일본이 안용복 사건 이후 도해면허 없이 울릉도 등에서 조업한 자국의 어민을 재판에 회부한 사실과, 일본의 지방정부가 토지대장에 독도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중앙정부에 문의했을 때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라고 최고 권력기관인 태정관 문서로 확인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조선 정부는 한 번도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고 언급한 사실이 없다.

한일 무역관계의 악화 책임을 놓고 보수 진보가 논쟁하는 와중에 진영논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이영훈 교수의 왜곡된 주장들을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겸임교수(현)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