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 日 추가 보복에 美 눈치까지…재계 “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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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日 추가 보복에 美 눈치까지…재계 “충격과 공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8.2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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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치무대 ‘코리아 패싱’→경제무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결정한 것과 관련, 국내 재계가 불안감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22일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파기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는 충격적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게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와 달라며 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판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가 (광복절에)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일본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눈치여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말 충격적"이라며 "우리가 일본 정부에게 수출규제 품목을 전면 확대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왜 이런 결정이 서둘러서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정 파기는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혹시라도 청문회 정국 전환용이거나 총선용으로 지소미아를 파기한 것이라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루비콘강을 건너더니,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면서 따라서 루비콘강 건너편으로 가버렸다"며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외교·정치적인 해결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아직 지소미아 유효기간(3개월)이 남아있으니 연말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를 믿고 소재 확보에 주력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강 대 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동북아 안보 문제에 민감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다. 경제인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 시사오늘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강 대 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동북아 안보 문제에 민감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다. 경제인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 시사오늘

또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눈치까지 보게 생겼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직후 미(美)국무부와 미 국방부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수위 높게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동북아 안보에 민감한 미국이니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일 갈등에 개입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에서 예상한 것 같은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극일'은 어떻게든 노력하면 될 수 있어도 '극미'는 아예 불가능한 것 아니냐. 덴마크한테 그린란드를 팔라고 압박하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 사실 좀 두렵다. 중국처럼 환율조작국으로 덜컥 지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외교·정치 무대에서 코리아 패싱이 본격화되면 경제 무대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미국 반응을 보니까 미국과의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우리 정부에서 지소미아를 독단적으로 파기한 것 같은데 너무 성급했다. 마지막 카드를 이렇게 빨리 꺼내다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 이러다 미국 눈치를 보다가 등 떠밀려서 일본과 화해하게 되면 우리는 얻는 것 없이 내놓게만 될 것이다. 자존심도 못 챙길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소미아 파기 이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엄밀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점검 보완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소미아 종료 조치로 이번 수출 제한 경제보복 조치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의 직접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 조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제에 주는 불확실성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 관계부처간 추가 대책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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