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촛불든 고려·서울대…“오늘 참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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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촛불든 고려·서울대…“오늘 참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 같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8.23 23: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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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고려대 18시·서울대 20시 30분 촛불집회
고려대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서울대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당장 사퇴하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3년 전 ‘그날’보다는 선선했던 2019년 8월, 또 한 번 대학가에서 분노가 표출됐다. 

23일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된 이번 촛불 집회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딸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개최됐으며, 두 대학의 집회 주최 측은 모두 ‘특정 정치 세력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적 세력 때문에 집회 본질 흐려지지 않길”
“정유라, 금메달이라도 따…조국은 가족사기단”

오후 4시 30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고, 벤치에 앉은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그런 일반적인 대학 광경이었다. 
   
그러던 중 도착한 트럭 한 대엔 집회를 위해 준비한 현수막과 피켓들이 실려 있었고, 그 뒤로 일찍부터 집회 준비로 바쁜 집행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후 5시 경, 약 20 여명의 봉사자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이들은 이번 집회를 위해 자진한 고대 학우들이었다. 집행부의 “태극기를 든 사람, 특정 정치색을 띠는 집단 및 시민단체는 이번 시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의사항을 들은 자원 봉사자들은 목걸이와 노란색 조끼를 배부 받았다.

이윽고 5시 30분이 되자 취재 차량이 들어섰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든 취재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이윽고 5시 30분이 되자 취재 차량이 들어섰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든 취재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이윽고 5시 30분이 되자 취재 차량이 들어섰고,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든 취재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시위가 시작되기 15분 전까지만 해도 집회 참여인원이 적어 한산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학생증 및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신분 확인 후 피켓 및 마스크를 배부 받는 긴 줄이 이어졌다.

각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한 신분 확인 절차 때문에 약 20분 정도 지연된 집회는 6시 20분 경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이어졌다. 

약 20분 정도 지연된 집회는 6시 20분 경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이어졌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약 20분 정도 지연된 집회는 6시 20분 경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이어졌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주최 측은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외부 세력을 배제하며 철저히 학교 내부의 문제로 이 사안을 처리함으로써 집회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지양한다”고 선을 그으며, 학교 입학처를 향해 “조 후보자 딸 입학 당시 심사 대상이 된 자료와 투명한 심사과정을 공개하라”며 “만약 자료가 폐기되었다면 문서 보관실 실사 혹은 데이터베이스 내역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집회 참여자들이 고려대 본관 우측을 통해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을 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집회 참여자들이 고려대 본관 우측을 통해 구호를 외치며 교내 행진을 했다.ⓒ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진상규명 촉구한다 입학처는 각성하라
정치간섭 배격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
이만학우 지켜본다 입학처는 명심하라
개인에게 관심없다 진실에만 관심있다

주최 측의 구호 안내 후 참가자들은 4열로 줄맞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과정에서 취재진과 집행부 간 한 차례 충돌이 있었으나, 단 한 명의 부상 없이 무사히 행진을 마쳤다. 동문들은 돌아오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따뜻한 박수를 건넸다. 6시 47분에 시작된 박수갈채는 마지막 열이 도착할 때까지 약 8분간 이어졌다.

이날 있었던 고려대 집회는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최초 집회 제안자를 둘러싼 자유한국당 청년 부대변인 내정자였다는 의혹과 21일 사퇴, 하루 전날 새로운 주최자가 나타나 집행부가 구성되고, 전날 피켓을 주문·제작해 집회 당일 받기까지,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더구나 이미 첫 번째 주최자에 대한 정치 낙인 때문에 새로 구성된 집행부는 언론과의 접촉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일체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는 공지를 참고하라는 말만 건넸다. 집회에 참여한 고려대 재학생들도 배부 받은 검정 마스크를 쓴 채 “그냥 구경 왔어요”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분위기였다.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는 '권력 앞에 떳떳하다면, 고려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씨의 입학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는 '권력 앞에 떳떳하다면, 고려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씨의 입학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사오늘 윤지원 기자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K(73학번·농경제학)는 “난생 처음 집회에 참가해본다”며 “방학이라도 학생들이 더 많이 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집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울화통 터졌다. 단국대 논문 때문에 고려대는 사기당한 것”이라며 “조국 딸은 의전원도 퇴학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자리한 H(73학번·전기전자공학)는 “논문 1저자가 되려면 쉬운 게 아니다”며 “전문으로 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솔직히 조국 딸이 정유라보다 더 하다. 그래도 정유라는 금메달이라도 땄다”며 조국 가족을 ‘가족사기단’이라고 비판했다.

“오늘 참가하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 같아”
“대학원생 1년차, 조국 딸은 24편의 논문을 쓸 시간”
“이념이 아닌 지성·이상이 곧 우리의 무기임을 안다”

한창 고려대에서 2부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었던 오후 8시 10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을 향하는 5513번 버스 안은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버스에서 만난 한 서울대 졸업생은 “고려대 집회에 잠깐 참여했다가 지금 서울대로 이동한다”며 “오늘 집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후회할 것 같았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오후 8시 30분 경 시작된 서울대학교 촛불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함께 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오후 8시 30분 경 시작된 서울대학교 촛불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함께 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오후 8시 32분, 고려대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리 서울대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자유롭게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집회가 시작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서울대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500여 명에 달했다.

서울대 촛불 집회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제안돼 학부생 및 대학원생 주최자 각 1명을 포함해 자원봉사자 10명이 집회를 준비했다. 대표 구호 또한 커뮤니티 투표를 통해 결정됐으며, 애초 예상했던 2~300명의 참가 인원보다 약 2배가 넘는 인원이 이번 집회에 참가했다.

주최 측은 집회 후 집회 비용에 대한 후원을 받고, 그 후원금이 행사 비용을 초과할 시 그 잔액을 서울대 저소득층 생활비 지원 장학금인 ‘선한 인재 장학금’에 기부할 계획이라 밝혔다.

법무장관 자격없다 지금당장 사퇴하라
학생들의 명령이다 지금당장 사퇴하라

주최자 중 한 명인 홍진우(14학번·화학생명공학 석박사 통합 1년차) 씨는 “학부생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이제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들어온지 1년이 넘었다”며 “1년은 조국 교수의 딸이 논문을 24편 썼을 시간인데, 지금까지 논문 한 편, 심지어 한 글자도 못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주 만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제1저자로 병리학 논문을 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이어 그는 본인을 넉넉지 않은 사정으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 장학금을 받고 남은 50%는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 대출을 받아 납부했으며,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해도 생활비 조달이 어려워 생활비 대출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 후보의 자녀가 서울대 관악회에서 2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것을 두고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황으로 옮기자고 말한 자신이 부끄럽지 않냐”고 비판했다. 
  
이어 학부생 주최자인 김다민(16학번·조선해양공학) 씨는 “조 후보자가 학내 커뮤니티에서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선정되고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제기되는 것은 서울대 학생 사회가 보수화되고 우경화 됐기 때문이 아니다”며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뼈저리게 학습한 우리 민주주의 역사가 있고,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이 아닌 지성과 이상이 곧 우리의 무기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서울대 두 집회 현장 옆에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고려대와 서울대 두 집회 현장 옆에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한편 이날 대학생 및 동문들의 촛불 집회 현장에는 언론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유튜버들이 참가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신의 한 수’를 포함해 다양한 유튜버들이 실시간 집회 현장을 담았으며, 고려대와 서울대 두 집회 현장 옆에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유튜버가 길거리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한쪽에서는 또 다른 유튜버가 길거리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었다.ⓒ시사오늘 조서영 기자

고려대 정문 앞에서는 또 다른 유튜버가 길거리 지지도를 조사하고 있었다. 지지율 조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부정의 스티커가 대다수였으며, 정당 지지도로는 자유한국당의 지지도에 많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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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8-26 14:07:37
서울대생, 아니 대학생들이 보수일 수 있지요.
강용석 변호사 같은 사람들이 자리를 한 것 보니까, 좌경화~~~?고개가 절로 돌아가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