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과거제 폐단과 조국 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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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과거제 폐단과 조국 딸 의혹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9.08.24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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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 딸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제 폐단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미개한 나라가 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조국 후보자 딸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제 폐단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미개한 나라가 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조국 후보자 딸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제 폐단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미개한 나라가 된다. 사진제공=뉴시스

과거제는 중국의 수나라에서 처음 실시됐다. 비록 수나라가 2대로 단명했지만, 당 왕조는 황제권 강화를 위해 과거제를 적극 정비했고, 송나라 때에 제도적으로 완비됐다.

과거제는 문인 관료층을 새로운 지배층으로 등장시켰다. 과거에 합격한 문인 관료층은 황제에 충성하며 국가의 안정된 통치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송 태조는 황제에 충성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시험 문제를 내고 주관하는 ‘전시(殿試)’제도를 실시했다.
 
하지만 송의 전시제도는 국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생 안정과 국력 강화보다는 황제 개인에게 충성하는 인재가 주로 발탁되니 거란과 여진의 침략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도 카이펑을 빼앗기고 황제 두 명이 포로가 되는 정강의 변을 자초했다.
 
입신양명의 최고 수단이 된 과거제는 각종 부정행위와 매관매직의 폐단을 낳았다. 송 말에는 과거 경쟁률이 200대1을 넘다보니 속옷에 경전을 깨알같이 써서 시험장에 들어가는 부정행위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부패한 지배층은 과거를 통한 정치적 특권 세습을 위해 부정 청탁에 적극 나섰다.
 
또한 지배층의 정치적 특권이 된 과거제는 국정 쇄신을 위한 단골 메뉴가 됐다. 청 개국 초반 황종희와 고염무 등은 국정 개혁 과제로 과거제 개선을 적극 주장했다. 청이 아편전쟁 등으로 외세의 침략에 시달릴 때도 과거제는 개혁의 도마에 올랐지만, 당시 지배층은 과거제라는 정치적 특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청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전해 아시아의 병든 돼지로 전락했다.
 
우리의 역사에도 과거제 폐단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세종실록> 세종 10년 2월 18일 기사를 보면 세종이 경연에서 과거제의 부정에 대한 부분을 강론하다 과거법의 폐단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세종은 “과거(科擧)는 권세 있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부당하게 취한 사람이 옛날에도 있었는데, 요사이 김점이 그의 아들 때문에 탄핵을 받은 것은 무슨 일인가”라고 묻자, 참찬관 허성은 “그의 아들 김의손이 남에게 글을 차작(借作)해서 생원시에 합격했으므로 탄핵를 받았다”고 답했다.
 
세종은 “내가 듣건대 옛날에 대언(代言) 등이 생원(生員)의 시권(試券)을 열어 보니, 이안경·신숙화 등의 이름이 없으므로, 지신사(知申事) 박석명이 말하기를, ‘어찌 동료의 아들인 안경과 숙화의 이름이 없느냐’고 하니, 시관(試官)이 곧 말을 달려 두 사람의 시권(試券)을 가져와서 이를 고쳤다고 하는데 그러한가“라며 연고주의로 인한 과거제 폐단을 지적했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고려대학교 진학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관련 의혹이 정국을 강타했다. 조국 후보자가 워낙 개혁 진보와 강남 좌파의 상징적인 인물인지라 해당 의혹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아울러 문재인 정권의 운명이 달린 메가톤급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제로 인한 인재의 발탁과 양성은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됐지만 국가 멸망의 기폭제가 됐다는 역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세종이 지적한 연고주의에 의한 과거제의 폐단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핵폭탄이다.
 
조국 후보자 딸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제 폐단의 망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나라로 전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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