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우리는 왜 조국에게 분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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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우리는 왜 조국에게 분노하는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8.25 13: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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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은 기회의 평등 문제와 맞닿아…조국 논란은 불평등 고착화의 전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기회의 평등 문제와 연관이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기회의 평등 문제와 연관이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사유재산권 보장의 권리를 규정한다.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모의 부(富)가 자녀에게 이전(移轉)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모 세대의 삶이 자식들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불합리하다. ‘누군가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선천적 지위가 인생 전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정의(正義)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껏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육은 ‘부모의 자산을 자녀가 이어받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자본주의가 내재(內在)하는 불평등을 자녀가 그대로 상속해서도 안 된다’는 딜레마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부모의 힘이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닿지 않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녀들끼리 펼치는 경쟁은 부모 세대로부터 받은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했던 것은 이 ‘기회의 장’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재벌가 자녀라도 성적이 나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반대로 집이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공정성’에 대한 믿음. 자녀의 ‘실력’으로 대학에 진학하면, 타고난 재력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는 ‘보상’에 대한 믿음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배경이 됐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불러온 어마어마한 파장은 바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와 관련이 깊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교육이 ‘믿을 만한 사다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시를 위한 ‘스펙’마저도 돈과 권력, 인맥 같은 사회적 자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조 후보자 자녀의 특혜 사례는, 적어도 ‘기회는 평등’할 것이라던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로 이어지는 사회에서 불평등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마저 ‘구매 가능한 재화’가 된다면, 그 귀결은 ‘불평등의 고착화’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여론은 단순히 ‘불공정한 입시’에 대한 비판 차원이라기보다, ‘계층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에 가깝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는 이 분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기회의 평등’을 해치는 이 ‘적폐스러운’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을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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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2019-08-26 14:00:56
조국이 아니면 정말 개혁이 안되는 것일까? 내심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네요.
오늘 아침 김어준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한편으로 믿고 싶어지는 마음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걱정입니다.
가짜 뉴스~ 진실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불편한 마음에서 떠나고 싶은 대중의 심리가 작용하는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