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빴던 LG…현장경영 나선 구광모·건조기 사태 수습 LG전자

2019-08-30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LG화학

LG그룹이 지난 29일 숨 가쁜 하루를 보냈다. 사령탑인 구광모 회장은 현장경영에 나서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건조기 사태 진화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LG그룹에 따르면 이날 구 회장은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그룹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미래 소재·부품 개발 현황을 살폈다. 그는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솔루블 OLED, 메탈로센 POE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차세대 소재∙부품 R&D 과제별 책임자들로부터 개발 현황을 듣고, 앞으로의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최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LG화학의 R&D 성과는 국내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전방 산업의 공급망 안정화에도 직결되는 만큼, 자긍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임해 달라"며 "핵심 소재∙부품의 경쟁력 확보가 LG의 미래 제품력을 강화하고,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근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관점에서 단지 해 볼만한 수준의 과제가 아닌 진정으로 고객 가치를 혁신할 수 있는 도전적인 R&D 과제, 또 고객과 시장 트렌드 변화를 철저히 반영한 R&D 과제를 선정해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래 R&D 과제를 제대로 선정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고객 최우선 경영 활동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룹의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기 위한 R&D 현장경영 행보를 보이는 동시에, 그룹의 전통적 경영철학인 고객사랑을 강조한 것이다. LG라는 재벌 대기업을 이끄는 젊은 리더로서,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같은 날 LG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시정권고에 따라 최근 악취와 먼지 낌 현상으로 논란이 된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에 대한 무상 수리 조치를 실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치 대상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동 모델 건조기 145만 대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콘덴서 자동 세척 기능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쳤음에도 일부 제품에서 사용 조건에 따라 자동 세척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대형 건조기(14·16kg)의 경우 필터가 아닌 다른 경로에서 유입된 먼지를 차단하는 장치가 없었다. 또한 일부 제품은 배수펌프 성능이 미흡해 건조기 내부 바닥에 물이 고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이번 조사 결과와 시정권고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다음달 2일부터 기존 부품을 문제점을 개선한 부품으로 교체하는 무상 수리 조치를 진행키로 했다. LG전자는 "보다 편리하게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소비자원의 시정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사령탑이 현장경영에 나선 날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소비자의 지탄을 받은 제품에 대한 책임경영에 돌입하고, 나아가 품질경영을 약속한 것이다. 구광모호(號)의 청사진을 제시한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28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생활건강이 자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한 점이 드러나고, 이튿날에는 LG전자가 건조기 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원하는 리콜·환불 등이 아닌 무상 수리 조치를 결정하면서, LG그룹이 여론 악화를 우려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 제기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 2월 R&D 석박사 초청행사, 지난 3월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지난 4월 미국 LG테크놀로지 벤처스, 지난 7월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현장경영 행보를 꾸준하게 지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