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아준 의원님들은 어디에?…“어렵다·규제 개혁”만 되풀이한 항공산업 정책토론회

〈기자수첩〉항공사 위기감 고조에도 국토부는 원론적 입장만…중장기 발전방안은 결국 정부 정책지원으로 귀결돼

2019-11-11     장대한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11일

"국회의원들이 좋은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은 맞지만, 항상 끝까지 남아 얘기를 듣고 가지 않아 아쉽다.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인데, 매번 국회에서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비슷한 모습이다"

11일 항공업계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윤경호 매일경제 논설위원이 전한 말이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항공사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와 신생 LCC 진입에 따른 과당 경쟁, 보잉 기재 제작 결함 등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항공산업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과 정부 지원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윤 논설위원의 지적처럼, 정작 이번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축사 순서가 끝난 뒤 곧바로 장내를 빠져나가는 추태를 보였다. 축사를 통해서는 항공산업이 국가 경제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이라며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2시간짜리 행사는 이들 국회의원들의 인사말과 축사로만 40분 넘는 시간을 허비한 탓에 심도있는 주제발표와 토론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중점이 돼야할 일본 수출규제 피해와 정책 지원 방안, 항공운송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는 단 20분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들의 생색내기가 주를 이뤘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첫번째 주제발표에 나섰던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총괄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항공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수치로 설명하며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단적으로 지난 10월 기준 한일 노선 여행객이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고, 이에 따른 연간 국제선 매출 피해도 7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그 심각성을 드러낸 것.

그러면서 김 총괄본부장은 "메르스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정책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며 "항공유 관세의 한시적 면제,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기 투자 세액 공제, 항공기 도입 시 정부 보증지원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재 상명대 교수 역시 비슷한 취지로, 국내 항공업계에 대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항공기 취득세 및 재산세 부과, 항공기 부품 관세 부과 등을 과감히 철폐해 공정 경쟁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주제 발표 후 1시간 가량 진행된 토론 세션에서 패널로 나선 김태엽 아시아나항공 상무도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국적 항공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각종 규제들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정 항공사들이 동일한 출발선 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부 대표격으로 참석한 김기대 국토부 과장은 현재 항공산업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업계가 요구하는 규제 개혁 목소리에는 정부 부처들과 협의해나가겠다는 원론적입 입장만을 고수해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이날 행사는 업계 관계자들이 저마다 처한 어려움을 피력하고,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지원을 바란다는 그들만의 성토장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다. 이는 현업의 어려움을 파악해 항공산업의 정책 및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부재한 현장 상황과도 맞물려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