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스타트업 애로개선 간담회…“내 부족함은 여자라는 것”

2019-11-25     조서영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25일

25일 오후 여성경제인 애로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여성 벤처 및 스타트업 기업 10개사 대표, 고양시여성창업지원센터, (사)한국여성벤처협회가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정 의원은 간담회에 앞서 “여성이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건가, 아니면 여성에게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코이라는 비단 잉어는 작은 어항에서 키우면 5~8cm 크지만 큰 어항에서 키우면 1m까지 큰다”며 “공간이 어떻게 형성됐는가에 따라 잉어의 크기가 결정되는 것처럼 여성도 그런 측면에서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0개

최서윤 “회사 다닐 때 임신했고, 그래서 짤렸다”
고희애 “내 부족함은 여자였기 때문이라 생각해”
김희진 “창업하면서 아이 맡길 곳 매우 부족해”

이어 1시간 동안 10개 기업의 여성 벤처기업 대표 7명, 스타트업 기업 대표 3명은 육아, 경력단절, 출산 등 본인들의 경험을 통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디자인얼라이언스(대표 최서윤) △(주)엔씨프러덕션(대표 홍성아) △(주)쌤스초이스(대표 고은샘) △디플랫(대표 국혜은) △(주)유니웹스(대표 고희애) △(주)유라이크코리아(대표 김희진) △(주)구스타(대표 양수진) △(주)스쿨버스(대표 여은영) △만듦(대표 박연희) △마이마이(대표 유순덕) 등이 참가했다.

먼저 최서윤 디자인얼라이언스 대표는 “회사 다닐 때 임신했고, 그래서 짤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출산과 육아로 8년의 경력단절을 겪은 최 대표는 “성남시에서 사업 지원을 받는데 같은 기수 10명 중 남자가 9명 나 혼자 여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론적으로 사무실을 차리고 보니 왜 여자가 많이 진입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일을 하면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고충을 언급했다.

그는 “여성은 초기 비용이 많다”며 “꼭 4차 산업 관련 사업이 아니더라도, 책상 하나만이라도 주는 폭넓은 공간 지원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고희애 (주)유니웹스 대표는 “12년을 버텨왔다”며 “고희애라는 대표가 부족했던 것은 여자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남자 대표는 비즈니스의 8할을 관계로 풀고, 관계로 만들어 나간다. 여자들처럼 착실하게 일을 하는 그 코드로는 남자들의 리그에 들어가지 못한다. 여자들이 아까 정 의원이 설명했듯 코이의 비단 잉어라고 본다면, 여자들은 연목 이상의 물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느낀다. 그게 내 마음 속 상처로 남아 있다.

남자들은 주5일 혹은 주7일도 관계를 위해서 쓴다. 하지만 나는 주7일 중 단 하루만 저녁 미팅을 만들고, 나머지 6일 저녁은 중학교 2‧3학년 아이들을 위해 쓴다. 여기서 이미 관계에서 뒤처지는 거다. 그러면서 기회를 잃고 리그의 변두리에 있게 된다. 관계의 리그에서 여자들은 기회가 상실된 거다. 그래서 상실된 기회를 찾으려면 남성들이 ‘역차별 아니야’라고 할 만큼의 두드러진 베너핏(benefit)을 줘야한다. 그래야 리그에라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 아무리 남성들이 도와준다,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육아‧가사는 100% 여자의 역할이다.”

끝으로 고 대표는 ‘남편이 벌어준 돈으로 아껴 살지, 왜 고생을 사서 하지’라는 말을 들으면 움츠러들게 된다며 “딸들에게도 그저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아니라, 창업하는 것을 권유할 수 있도록 여성 창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희진 (주)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현재 80일 된 아이가 있고, 출산 후 40일 만에 복귀했다”며 “창업을 하고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애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애초에 국립어린이집을 보내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며 “어린이집‧유치원의 질도 높여야 하지만, 우선 맡길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발언에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좋아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느낀 건 ‘애 어디에 맡기지’였다”고 공감하며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국회에 국회의원이 되도 육아가 어려운데, 일반 회사는 얼마나 힘들지 가늠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정 의원은 육아휴직 관련해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직을 낼 때 회사에서 승진 가산점을 주는 게 어떻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또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여성 기업 지원의 일환인 사무실 지원에 대해 “내년도 중소기업중앙회 예산에 여성 지원 기업 예산이 늘었다”며 “그중 사무실 임대료 지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