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앞에 붙은 영문 이니셜 ‘KEB·KB·IBK·NH·SC’, 무슨 의미일까?

2020-02-04     박진영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국내

국내 주요 은행들의 브랜드명을 살펴보면, 은행 명칭 앞에 영문 알파벳이 붙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영문명칭 사용은 은행 통합 후 새롭게 단장하겠다는 의지표현의 경우도 있지만, 당시 글로벌화 추세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지난 3일부터 KEB하나은행이 'KEB'를 떼고 '하나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KEB' 명칭은 지난 2015년 (구)외환은행(영문명칭 KEB)과 통합하면서 붙여졌으나, 고객의 불편함을 제거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위해 'KEB'를 떼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측은 "그동안 브랜드 관련 컨설팅과 손님 자문단 패널 등을 통해 손님의 입장에서 가장 친숙하고 불편 없이 불리고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명칭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면서, "이번 기회에 ‘하나’ 브랜드로 사명을 일원화함으로써 경쟁력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특히 고객 대부분이 이미 (구)외환은행과의 통합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 '케이이비'라는 발음상의 어려움과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다른 은행명(KB국민은행, KDB산업은행)과의 혼동이 있다는 점 등을 이번 명칭 변경의 구체적 배경으로 들었다.

은행 명칭에 영문 알파벳을 붙인 브랜드명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2001년 11월 한국주택은행과 통합되면서, 2002년 브랜드명 'KB국민은행'을 선보였다. KB는 영문 약자(Kookmin Bank)라는 점 외에 'Korea Best'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현재 상장된 뉴욕 주식시장에서 'KB'를 주식코드로 사용하고 있다.

이후에 다수의 은행들이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등으로 브랜드명을 바꾸면서, '영문이니셜+은행명칭'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당시 세계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추세를 반영해, 영문이름을 통해 글로벌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7년 중소기업은행에서 'IBK기업은행'으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이는 중소기업에 치우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개인고객과의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였다. IBK는 'Industrial bank of korea'의 약자로, 영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농협은행도 같은 해에 'NH농협은행'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은행 측은 기존의 정적이고 폐쇄적인 농협 이미지를 탈피하고, 세련되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은행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명칭에 담았다.

이같은 추세는 지방은행에서도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지난 2006년 'Daegu Gyeongbuk Bank'의 약자인 DGB를 붙여, DGB대구은행으로 새로 태어났다. 은행 측은 당시, 대구·경북 지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2015년 경남은행이 BS금융그룹(당시 BNK금융그룹 명칭)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아우르는 의미로 'BNK(부산&경남)'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BNK는 '대한민국 대표 지역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Beyond No.1 in Korea)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또한 은행 측은 "BNK는 영어단어 'BANK'가 연상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제일은행은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되면서, 'SC제일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SC제일은행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을 줄인 것이다. 또 산업은행은 국제투자은행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KDB(Korea Development Bank)'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 영문약자 'WB'(Woori Bank)를 적용한 상표를 특허 출원했다. 이에 'WB우리금융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표등록만 해놓은 상태이고, 현재는 사명을 바꿀 계획이 없다"면서, "당시 지주사 전환을 대비해 상표권을 선점하려고 특허 출원한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