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형오의 마지막 숙제는 김현철 영입

개혁보수 포용의 마지막 퍼즐조각

2020-03-02     김병묵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에는 뚜렷한 메시지가 있다. 중도 세력으로의 확장이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이준석 최고위원을 영입하고 친박계 인사들을 과감히 배제하면서 당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겐 아직 남은 숙제가 있어 보인다. 보수대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중도보수 재건의 마침표가 될 수 도 있는 사안, 바로 상도동계 껴안기다. 

상도동계의 현 적자(嫡子)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내에서 더욱 YS의 발자취는 옅어졌다. 김 위원장은 YS의 빈자리를 채울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 정치사를 잠깐 거슬러 올라가 현 '보수'의 뿌리를 살펴보자. 군부독재와 민주화 세력이 대치하고 있던 시대에는 보수진보 논쟁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민주세력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 전 대통령은 87년 대선을 앞두고 결별했다.

1990년 YS가 삼당합당을 주도했다. 야권분열로 인해 1987년에도 군정종식에 실패하자, YS가 띄운 승부수였다.

합당 당시 지분이라 할 수 있는 의석은 군부 보수인 민주정의당이 훨씬 많았지만, YS가 당권을 잡고 대선후보가 되면서 민주자유당의 색깔은 변했다.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져온 군정, 수구보수의 색이 빠지고 YS로 대변되는 '개혁보수'로 변하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제15대 총선에서 개혁공천을 통해 김문수, 이재오 등 재야 진보 인사를 영입하면서 신한국당은 완전히 군정과 극우의 색채를 버리고 중도 보수당으로 거듭난다. 그 결과는 승승장구였다. 이를 이끈 중심에는 YS의 차남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가 있다.

하지만 이후 새누리당은 극우로 치달으면서 중도의 지지층은 점점 엷어졌다.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강한 극우색채를 띄고 있는 친박계가 공천권을 장악하면서 초유의 '공천파동'이 일어났고, 중도 보수는 새누리당에게서 등을 돌렸다. YS의 정치적 고향으로, 개혁보수 지지세가 강한 부산경남(PK)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하며 의석을 획득한 것은 상징적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상도동계의 핵심 인사인 YS의 차남 김현철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와 김덕룡 전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의 손을 잡았다. 김 전 부의장은 지난 해 1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개혁적 보수나 양심적 보수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앞에 나섰다"고 소회했다. 결과는 대선 승리였다.

그런데 또다시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흘러 김 전 부의장은 자리를 내려놨고, 김 교수는 정부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교단에 서 있다. 극우 행보로 인해 좀처럼 중도보수를 통합하지 못하던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이름만 바꾸자는 게 아닐 것이다. 이들 '개혁보수'를 품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행보는 이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상징'이 부족한 상태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엔 극우 행보를 걷는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도왔지만, 실정이 이어진다고 판단되자 과감하게 강한 비판을 시작했다.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지켜온 몇 안되는 인물이다. 또한 중도보수 정당의 초석을 다진 제15대 총선 공천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당의 호남 도전에 대해 DJ의 삼남 김홍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내세울 전망이다. 반면 김 교수의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번 공천에서 '개혁보수' 깃발의 탈환을 목표하고 있다면, 그 방점은 아마 김 교수 영입으로 찍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