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통합 왕건과 DJP연합 그리고 보수분열 친박의 출마

비례대표 2번 자천한 진박, 국민들 판단 '주목'

2020-04-05     윤명철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민심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해방 직후 우리 국민들에게 호소한 대표적인 발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민족의 역사에는 ‘통합’으로 대업을 성취한 정치인들이 있다.

고려 건국의 아버지 왕건은 삼한통일의 대업을 위해 신라를 우호국으로 삼았다. 반면 후백제의 견훤은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점령하며 경애왕을 죽이고 왕비를 능욕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역사의 기록이 남았다.

당시 왕건은 신라를 구하기 위해 친히 군대를 이끌고 경북 공산까지 왔으나 이 전투에서 대패해 신숭겸, 김락과 같은 명장들을 잃고 심지어 자신도 겨우 목숨을 건지는 치욕을 당했다. 하지만 왕건은 고려로의 귀부(歸附)를 원하는 신라 경순왕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민심을 얻는 데 주력했다.

이미 국운이 다한 신라가 국가로서의 기능이 마비되자 호족들은 고려로 투항하기 시작했다. 경순왕과 일부 지배층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민심의 통합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리더가 바로 왕건이었다.

오히려 마음이 급해진 건 신라의 경순왕이었다. 경순왕은 앞 선 경애왕을 능욕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견훤마저 친위 쿠데타로 왕위를 빼앗기고 결국 고려에 투항하는 모습을 보고 신라를 포기하기로 작정했다. 천년 제국 신라는 왕건에게 스스로 나라를 갖다 바쳤다. 신라가 귀부함으로써 왕건은 공산전투에서 군사적 패배를 당했지만 신라인의 민심을 얻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왕건의 삼한통일의 대업은 민심을 기다릴 줄 아는 왕건의 ‘통합’ 정신에서 시작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인 1997년 DJP연합도 ‘통합’이 성취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원한 2인자 김종필 전 국무총리(이하 JP)와 민주화의 양대 산맥의 한 주역인 김대중(이하 DJ)의 연합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정치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대명사가 된 극적인 사건이다.

JP는 자신의 회고록 <김종필 증언록 2>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나는 (1996년) 12월 초에 1997년 대선의 해를 맞는 신년휘호를 썼다. ‘줄탁동기’란 말로 나의 생각을 담았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쉽지 않다.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과 밖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새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절 인연의 천시(天時)가 맞아떨어져야 ‘가야 할 길’이 열릴 것이다.”

DJ의 <김대중 자서전>은 DJ가 자민련과의 연합에 반대하는 지지 세력을 설득한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나는 이런 반발에 ‘색깔론 망령’과 3당 합당 이후 강화된 호남 대립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자민련과의 연합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특히 6월 항쟁 이후 ‘반독재 민주화’라는 전선이 이완되고 3당 합당으로 구축됐던 반호남 구도가 자민련이 창당으로 그 일각이 붕괴되었음을 상기시켰다. 과거에 대립했던 세력과의 연합에 거부감이 있겠지만 현실 정치에서 소신과 명분 못지않게 현실적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라고 역설했다.” 

JP는 YS의 평생 꿈인 대통령을 실현시켜 준 킹메이커였지만 신한국당 주류와의 갈등으로 자민련을 창당해 명예회복에 나섰고, DJ도 자신의 평생 꿈인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지난 30여 년 간 반복해온 ‘극우 보수이자 유신 본당’ JP와 손을 잡는 것을 외면하지 않았다. DJ의 표현대로 ‘정권 교체’라는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4·15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개막됐다. 이번 총선은 연동형 선거제라는 괴물 선거법의 출현으로 비례대표 의석 하나라도 얻으려는 정치꾼들의 향연장이 펼쳐졌다.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합을 보수 정치권에게 전했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 논란으로 보수 패배를 자초한 서청원, 홍문종 같은 이들이 버젓이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각자의 당에서 비례대표 2번을 꿰찼다. 전투를 피하고 손쉽게 여의도에 입성하고 싶은 간절함이 비례대표 2번으로 구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전쟁이다. 민심의 향방을 속단할 순 없지만 불과 몇 표 차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박빙의 선거전이 속출할 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는 보수 정치인들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그분의 유지를 정작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삼한통일을 위한 신라인의 민심을 얻기 위해 끝까지 인내했던 왕건의 통일의지, 정권 교체를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했던 유신본당과 손을 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을 본받지 않으면 보수의 패배는 자명하지 않을까 싶다. 민심이 지난 20대 총선 패배를 자초한 전력을 가진 진박 파동 주역들의 여의도 입성 노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