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많은 산업은행, 이동걸 연임할까

코로나19 사태로 산은 역할론 확대 … ‘최초 연임’ 가능성↑ 아시아나·KDB생명 매각 진통…‘쌍용차 딜레마’도 진행형

2020-06-16     김병묵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지난달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금융권의 관심사다. 이 회장 체제에서 진행 중인 기업 매각 작업 등 산적한 현안과 관련한 업무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맞물려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은의 역할이 대폭 늘어나면서, '안정성' 차원에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다. 3년여 임기 동안 이 회장은 구조조정·혁신성장·변화와 혁신으로 요약되는 세 가지 중점 추진계획을 내놨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무난한 호평 속에서 임기를 마칠 것으로 전망됐고, 실제 이 회장도 지난해 말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하겠다"며 다음 행선지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그 동안 산은 회장의 연임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19사태가 터지면서 산은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융 지원 대책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국책은행인 산은이 서게 된 것이다.

특히 산은은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저금리 대출을 진행 중이다. 산은이 운영 중인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약 40조 원 규모다.

지난 5월 두산중공업 채권단인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무려 약 2조 4000억 원의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지원키로 했다. 대한항공에도 1조 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지난달 26일 의결됐다.

산은은 전날인 15일에도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와 협의, '중·저신용 등급 부품 협력업체를 위한 우대금리 대출 프로그램' 마련에 합의했다.

이처럼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 예상이 불거지면서 대폭 늘어난 산은의 현안들을 즉각 챙기기 위해선 수장인 이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만나 "그 어느 때보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기업은행(기은) 등의 역할과 업무가 중요한 시기"라며 "산은과 기은은 보통 내부인사보다 외부에서 임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 숙지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얼마 전 (수장이)교체된 기업은행은 그렇다 하더라도, 산은은 연임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KDB생명 등 현재 진행 중인 굵직한 매각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이 회장 연임설에 힘을 싣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면서, 계약을 연장할 경우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이 아닌 산업은행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DB생명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이 회장이 설립한 KDB인베스트먼트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쌍용차 딜레마'도 진행 중이다. 쌍용자동차는 산은에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 900억 원을 포함해 총 1900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최근 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물론, 기간산업 안정기금에서 돈을 더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인도의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손을 뗄 것을 비치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쌍용차 지원 여부와 관련, "여기서 '된다', '안 된다' 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을 만큼 복잡한 사안이다. 이 사안도 결국 산은에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선 굵직한 매각 건 등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임 불가설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 금융권 상황이 전례없는 '비상사태'니 만큼 이 회장이 연임을 통해 안정감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시아나 매각 건 등을 마무리까지 하는 게 정말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전례는 전례일 뿐이다. (이 회장이)연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의 정치적 상황도 이 회장 유임설에 힘을 싣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최근 금융감독원과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지난 12일 산은 등 6개 은행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상품의 불완전판매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친문(親文)계로 분류되는 이 회장의 존재만으로도 산은이 금감원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 만나 "산은으로서는 현 정권과 공감대가 있는 이 회장이 있는데, 굳이 또 다른 친문(親文)인사를 찾아서 교체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