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이재명, 이슈파이터 답지 못한 ‘무공천 변심’…왜?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주장에서 “그런 적 없다” 달라진 늬앙스 여권 내 불편한 기색 後 번복… 소신발언 후퇴에 비판 잇따라

2020-07-22     윤진석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이재명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슈파이터 답지 않게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성추행 의혹의 중심인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관련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장사꾼도 신뢰가 있어야 손실을 감수한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 지사였다.
 
하지만 당내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의원, 송영길 의원, 정청래 의원 등 중진들이 타이밍상의 부적절성 등을 언급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무공천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며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집권여당이 당규로 명시해 한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면서도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 없다”고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또 그러면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적폐 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하는 것보다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며 경우에 따라 공천이 불가피함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의 당헌당규 제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는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대로라면 민주당은 내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지사는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설명드리고 사죄하며 당원의 총의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개정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 지사는 최근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날개를 달고 단숨에 이낙연 의원과의 지지율을 오차범위내로 바짝 뒤쫓으며 존재감 면에서 파괴력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무공천 주장을 해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해 대중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잘하면 역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이 들려올 만큼 고공행진의 타이밍을 잡은 듯했다.

그러나 이슈파이터 답지 못한 이번 후퇴성 발언으로 문재인 정부 및 여권 수뇌부와의 대립각을 세우지 못하고 맥 빠진 모습을 보여 한계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이다. 물론 ‘이대로 주춤할 이재명이 아니다’는 시각도 전해진다.

관련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발 뻗을 시점과 장소를 잘 살펴서 뻗어야 하는데 이재명 지사의 감각은 가히 동물적 감각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대세 감각은 또 살아날 것”이라며 “아직 각을 세울 때가 아니다. 내년 하반기라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지사의 달라진 태도에 당장은 비판 쇄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 뻔뻔하다”고 질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 해명에 “장난하느냐”고 냉소했다.

그런가 하면 야권의 이슈파이터이자 당 밖의 꿈틀대는 잠룡 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경우는 전날(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전체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장 이사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관련 미투 피해자인 김지은 전 비서관의 책 <김지은입니다>에 대한 리뷰와 함께 권력자들의 성폭력을 비판하며 “그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다가올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무시하고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하면 그 자체가 제2,제3의 성폭력이다. 민주당이 만약 성폭력당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싶다면 상관없다. 알아서 하라”며 “공당인 정당이 성폭력자를 보호하고 성범죄자를 비호한다면 그 정당 역시 폭력정당, 범죄정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