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 아모레·미샤, 온라인 불공정거래 논란 도마 위

미샤 가맹점주 “온라인몰과의 가격 차별 정책에 피해”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 “가맹점주와 상생 노력 지속”

2020-10-08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아모레퍼시픽과 에이블씨엔씨가 가맹점주와의 갈등이 깊어지며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가맹본사가 제품을 온라인에 싸게 공급한 탓에 온·오프라인 간 가격이 벌어지면서 가맹점 수익이 더욱 악화됐다는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같은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를 둘러싼 화장품 가맹본사와 점주 간 갈등에 관한 추궁이 이어졌다. 최근 화장품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아리따움·이니스프리(아모레퍼시픽), 미샤(에이블씨엔씨)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온라인 판매 가격을 가맹점 공급가보다 낮게 책정해 오프라인 매장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권태용 미샤가맹점주협의회장은 “본사의 가맹점과 온라인몰 간 차별정책으로 가맹점 폐점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6일 폐점한 매장의 경우 9월 매출이 120만원, 월세는 260만원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황에 폐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본사의 온라인 차별 정책과 오프라인 채널 확장이 로드샵 영업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권태용 회장은 “본사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맹점과 온라인몰 간의 차별 정책, 무리한 판매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살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가맹점 판매 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채널을 확장하다 보니 가맹점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최근에 미샤가 눙크몰, 소셜커머스 등에 입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에도 입점해서 오프라인 채널도 열었는데 이 영향도 크지 않느냐”고 묻자 권 회장은 “온라인으로 모자라서 이제는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가맹점이 굉장히 힘들다”고 답했다. 이어 “올리브영 공급되는 제품이 가맹점 매출의 상당 부분 차지하는 제품이고 미샤 매장 대부분이 올리브영 매장 근처 위치하고 있어 타격이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올리브영에 용량을 키운 제품을 같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맹점보다 올리브영에 훨씬 메리트가 있다”면서 “하지만 본사에서는 본인들이 직접 납품하는게 아니라 벤더를 통해 납품하고 있어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사장은 “사실 온라인과의 가격에서 공급가의 할인 분담을 감안해볼 때 가맹점주 공급 가격이 유의미하게 낮다”고 해명했다. 또한 “현재 외출은 자제되고 수출길도 막혔고 온라인 전환이 됐고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 등 화장품업계는 전대미문 위기”라며 “여기 오기 전까지 가맹점주분과 상생 노력 많이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안타깝게 타결되지 못했다. 돌아가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회장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지금의 불공정을 바로잡고 싶다”면서 “전국 미샤 가맹점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문재인 대통령, 정무위원회 의원, 관련 국가기관에 온라인상 차별적인 가격, 프로모션으로 가맹점에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제정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로드샵 축소는 가맹사업 본부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고 대면판촉 서비스나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가맹본부와 점주 양쪽에 상생 통한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드리고, 공정거래협약평가 기준에 상생협약 노력을 좀 더 많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이날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서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맹사업체 3곳(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가맹점 수는 2257개로 전체 화장품 가맹점의 61%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 사드 보복, 코로나 등의 악재를 만나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전사적 디지털화를 선언하고 온라인 시장(쿠팡 등)과 H&B매장(CJ올리브영 등)에 공격적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공격적 마케팅은 실제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가맹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아리따움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63%만 아리따움 가맹점에서 발생했고, 나머지 37%는 쿠팡 등 온라인 마켓과 CJ올리브영 매장에서 발생했다. 가맹점에 공급돼야 할 제품의 37%가 가맹점이 아닌 이외의 곳에서 팔린 것이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전략으로 지난 2018년 말부터 올해 8월까지 20개월 동안 아리따움은 306곳, 이니스프리는 204곳, 에뛰드는 151곳 등 총 661곳이 폐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공정위에 가맹점과 온라인 시장 간에 분명한 원칙과 새로운 질서 수립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