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우승] ‘택진이형’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 결정판

게임회사 최초로 야구단 창단…9년만에 우승성공 홍보효과는 물론 게임산업 전체 이미지 제고까지

2020-11-25     김병묵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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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의 우승으로 2020년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창단 9년만의 우승 속에서 선수들 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NC의 구단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다.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김 대표는 야구와 게임, 언뜻 보면 경쟁콘텐츠라고도 볼 수 있는 두 가지를 한데 묶어 시너지를 냈다. 야구단은 전폭적인 후원 속에서 감동적인 성과를 냈고, 홍보효과의 새 장을 보여줬다. 동시에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했다. 그 발자취를 잠깐 살펴보자.

김 대표는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9구단 창단의향서를 제출했다. 당시 엔씨가 서류에 기입한 2009년 매출은 6300억 원 이었는데, 매출이 1조원도 안 되는 회사가 야구단을 운영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나름 히트작 '리니지'를 앞세워 한국 게임업계를 선도하고 있던 엔씨지만 젊은 층을 제외하면 여전히 낯선 게임회사였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당시 "제 재산만 가지고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며 정면돌파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2020년 기준, 시총이 약 17조 원으로 추정되는 엔씨의 야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는 의미없는 걱정이 됐다.

이후 부침을 겪긴 했지만 결국 엔씨는 올해 창단 최초로 한국 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구단에 애정을 보여준 김 대표의 이미지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좋은 구단주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며 수직 상승했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오너 이미지 메이킹'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국에서 늘 적자운영으로 물음표가 붙어왔던 야구단 운영에도 김 대표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줬다. 24일, 팀의 간판스타 양의지 선수가 우승 세레머니로 거대한 검을 치켜든 장면이 상징적이다. 엔씨의 간판게임 '리니지'시리즈의 유명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 모형이다. 이 장면은 MLB닷컴 등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도 집중 조명했을 정도다. '리니지'를 모르던 사람들도 이제 엔씨가 우승 당시에 들어올린 검에 대해선 기억하게 됐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홍보 효과다. 야구단은 자신들에게 투자한 김 대표에게 제대로 보답했다. 김 대표의 오랜 염원인 북미 게임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야구계와 엔씨소프트를 넘어, 김 대표의 행보는 한국게임업계 전반의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중 한 사람인 김 대표는 화끈한 투자자와 겸손한 조연의 두 얼굴을 모두 완벽하게 선보였다. 거만한 오너의 모습 대신, 우승 세레모니를 위한 '집행검' 모형을 가져다주고 자신은 조연의 자리로 물러났다. 

게임업계가 벌어들인 만큼 사회적 자본으로 화끈하게 투자한다는 청사진도 선보였다. 창원의 한 엔씨팬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구라는 콘텐츠를 부산까지 안 가고 즐기고, 창원지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엔씨의 투자가 고맙다"고 전했다.

우승 이후 선수들은 김 대표를 헹가래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의 꿈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김 대표가 언급한 남아있는 꿈들에 대해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당분간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 순항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24일 리포트에서 엔씨소프트를 분석하며 "이만한 게임 회사가 없다"라는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게임업계가 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끝판왕을 보여준 김 대표와 엔씨소프트다. 헹가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