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노사, 임단협 두고 갈등 격화…“4조3교대로 복귀” 압박

2020-12-17     방글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에쓰오일

에쓰오일이 2년간 시범운영해왔던 4조2교대 시스템을 내년 2월 1일부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에쓰오일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데 대해 사 측이 압박용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최근 “임단협 교섭시 내년 1월부터 4조2교대를 정식 운영키로 잠정합의했지만, 잠정합의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1월부터 4조3교대로 복귀해야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4조3교대 복귀 시 통근버스 운행 조정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월말까지 시범운영기간을 연장한다”며 “2월 1일부터 4조3교대로 복귀할 예정이니 제반사항을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7월부터 일부 부서를 상대로 4조2교대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3월 전체 부서로 확대했다. 

4조2교대 근무제는 작업조를 4개로 편성해 2개 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각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조는 휴무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유업계가 운영 중인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다. 무엇보다 휴무일이 80일 이상 늘면서, 연차휴가 등을 합쳐 일 년에 190일 가량을 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유4사는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업계 특성상 4조3교대 형태를 유지해왔다.

4조3교대 복귀와 관련 에쓰오일 노조 측 관계자는 “4조2교대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고 사 측의 압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잠정합의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에서 합의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반면 사 측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바로 4조3교대로 복귀해야하지만, 조정 준비 기간이 필요해 내년 2월 1일부로 4조3교대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내 협상이 타결된다면 내년 1월 1일부터 4조2교대를 정식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에쓰오일 노사는 △임금 동결 △4조2교대 정식 도입 △통상임금 TF 운영 등에 잠정합의했지만,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최종 부결됐다. 

40년 무분규 옛말…5년째 티격태격 

업계에서는 한 때 40년 무분규를 자랑하던 에쓰오일 노사가 최근 들어 갈등이 격해지는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에쓰오일 노사는 그간 7월에 협상을 시작해 10월 합의한다는 전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16년 40년 무분규 협의는 깨졌고, 지난해에도 노사간 의견을 좁히기 못하고 해를 넘겨 올해 3월에서야 협상을 마무리했다. 

에쓰오일 노조는 지난 8월에도 통상임금 문제로 한 차례 갈등을 겪었다. 당시 노조 측은 “동종사인 현대오일뱅크 수준의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을 산입하라”고 요구하고, “필요할 경우 후세인 알 카타니 CEO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사 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사 측은 "이미 소급분을 지급한 만큼, 통상임금 문제는 완전히 매듭지어진 사안"이라면서 "어떠한 형태의 보상도 불가능하다"고 강력 대응했다. 현재 통상임금 관련 문제는 TF 운영 수준에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초 임금 0.4%를 인상하는 데 합의하며 제일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GS칼텍스는 아직 임금 교섭을 준비 중이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월 협상을 시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