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겸 화가 조영남 “5년 간 귀양살이 하고 돌아와”

“내가 가수여서 대작 사건에 휘말려 수모를 겪은 것이라 생각” “남은 여생은 잘 살아가고 싶어”

2021-08-16     박정민 객원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정민 객원기자) 

미학을 전공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영남 대작 사건'과 관련 방송에서 "1917년 '뒤샹'이 나온 이후 컨셉(저작권)과 실행이 분리되고 관행이 확립된지 100년이 지났는데 사람들이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수

가수 겸 화가인 조영남씨는 지난 2017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후 지난 5월 추가 기소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지난 5년 간 은둔 생활을 해야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이와 관련 "5년 간의 '귀양살이'를 한 것 같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조영남씨의 자택 라운지에서 조씨를 만나 사건 및 최근 근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대작 사건' 관련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다.

“현대 미술에서 바쁘거나 잘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조수를 쓰는 편이다. 비밀리에 했던 것을 이제는 '그렇게 해도 된다'라고 오픈 시켜준 공로가 크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사건이었다. 재판에서도 판례가 없었고 판례가 생겨난 거다.”

-'관행'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왜 그런 수모를 겪었다고 생각하나.

“내가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가수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은 거라고 생각한다. 너는 가수로 성공했는데 왜 미술까지 성공하려고 하느냐는 게 타깃이 된 것 같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 원망스러웠던 점은.

“즉흥적으로 말을 내뱉었던 것이 잘못이었다. 석연치 않은 사람은 구매한 그림을 가져오라고 했었지만, 실제로 반환해 달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환불해 준 양이 상당하다. 또 내가 받은 금액 외에 화랑이 가져간 금액까지 환불해 주면서 그림 하나 가격의 두배를 물어줘야 했다. 손해를 많이 봤다.”

-사건 후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나.

“원래 기독교였고 신학 공부를 했는데 공부가 끝나면서 종교는 모두 똑같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됐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소크라테스 다 믿는다. 심지어 무당, 점쟁이도 믿는다. 불교는 내가 '사건'으로 힘든 시기에 석왕사라는 절에서 나를 불러줘서 여러 번 공연한 인연이 있다.”

-'자유로운 영혼' 같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요한복음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부분이다. 공자, 맹자, 부처님, 마호메트,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다 똑같다는 게 진리다. 그걸 깨달았기 때문에 자유롭게 된 것이다. 이 자유는 공부 끝에 온 것이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얼마 남지 않는 삶 그냥 이대로 잘 살아가는 거지 뭐. 일(사건) 생기면 또 헤쳐나가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