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역선택’ 논란이 만든 국민의힘 경선 흥행

윤석열 대세론 흐르던 국민의힘 경선, 홍준표 급부상으로 흥행 성공…민주당 지지자 역선택,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용

2021-11-06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시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본경선 최종득표율 47.8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41.50%로 선전했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전에 없었던 이슈가 선거전을 달궜습니다. 바로 ‘역선택’ 논란이었습니다.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홍 의원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더 쉬운 상대인 홍 의원을 전략적으로 밀어줬다’는 해석을 낳은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말 이런 이유로 홍 의원을 지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유야 어쨌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초반까지만 해도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일찌감치 윤 전 총장 ‘원톱’ 체제가 형성되다 보니, 국민들은 ‘결과가 뻔한’ 경기에 굳이 관심을 보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초반 흐름이 끝까지 이어졌다면, 국민의힘 경선은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홍 의원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국민의힘 경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홍 의원이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다는 여론조사까지 발표되자 언론은 온통 국민의힘 경선 이야기로 뒤덮였습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윤석열·홍준표 중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마치 인사처럼 들어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미 링 위에 올라가 있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졌고,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컨벤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칫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던 국민의힘 경선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홍 의원 지지로 ‘흥행 대박’을 치게 된 겁니다.

홍 의원은 경선 패배가 확정된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들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홍 의원이 이 역할을 십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 됐습니다. 이래서 정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