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윤석열, 안철수와 ‘진정성 있는 대화가 우선’

시간 끌기보다 ‘명분 건넬 리더십 보여야’ 중론

2022-02-16     윤진석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윤석열

15일 <시사오늘>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에 국민 경선까지도 할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후보는 받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3일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제안했다. 민주당 제안은 거절하고, 국민의힘에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1. 安 국민 경선 꺼내든 이유


당시 안 후보는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 경선을 언급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안 후보 지지층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정권교체 표심으로 최대한의 동력을 모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4·7 서울시장 재보선 때를 돌아보면 알 것이다. 안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졌고, 승복했다. 이후 열심히 공동유세했다. 안 후보 지지층도 야권에 표를 몰아줬다. 야권이 높은 득표율을 얻고 승리할 수 있던 요인이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 지지층은 중도부터 무당층, 양 좌우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이들의 지지를 최선으로 모으려면 깨끗하게 경선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그래야, 외부로부터 공동정부 구성 등을 놓고 야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안 후보 측도 안다. 

국민의당 관계자(전화통화, 이하 생략) : “서울시장 경선 때도 졌는데 이번에 되겠나.”

국민경선 방식으로 해도 조직력과 판세로 보아 윤석열 후보를 결단코 이길 수 없는 구조임을 안다. 그럼에도 가장 합리적인 명분이 필요하기에 국민 경선을 제시한다는 전언이다. 

 

2. 국민의힘, 단일화보다 다자구도?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역선택을 우려해 망설이고 있다. 

과거 이준석 대표는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을 우려하는 당 내 주장에 대해  ‘보수의 악성종양’과도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말처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은 채 당대표와 대선후보를 뽑았다. 이제 와서 역선택이 걱정된다며 단일화에 주저하는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다자구도가 낫다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 : “역선택할 경우 후보가 바뀔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안철수 후보로 된다면, 국민의힘 표심이 이탈될 수 있다. 2010년 ‘김진표-유시민’ 경기도지사 단일화 때를 상기해야 한다. 소수정당 후보로 단일화 돼서 제1야당 진영에서 반발했다. 그 결과 남경필 한나라당 후보가 됐다.”

한마디로 국민 경선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다. 

반면에 다자구도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 : “차라리 안 후보가 완주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저쪽(이재명 후보)으로만 안 붙는다면.”

 

3. 野, 단일화 해답은?


소탐대실할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 관계자 : “아슬아슬하게 윤석열 후보가 다자대결서 이겨도 민주당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180석 의석은 대통령 탄핵까지 할 수 있는 위력이 있다.”

때문에,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는 견해다. 

결국, 야권 단일화의 해답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진정성 있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만나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빨리 결심하라”고 한 바 있다. 국민의당 진영 일각서는 “3차 TV토론이 열리는 20일 안으로 답이 없으면 안 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마저도 늦다. 2~3일 안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입장도 전해지고 있다.

 

4. 尹,  ‘일단 만나야’


유리한 협상의 지점을 얻기 위해 피 말리는 기싸움을 방치한다면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누가 더 정권교체에 절실한가. 당위성마저 퇴색되고 만다.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당장은 패를 전부 던져 물러설 곳이 없는 쪽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도록 윤 후보가 명분을 조성해 주는 길이 급선무다. 들고 있는 카드 없이 빈손으로 가면 어떤가. 시간을 끌기보다 정권교체라는 대전제를 깔고, 지도자끼리 터놓고 대화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명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 경선을 받느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느냐, 담판으로 해결 짓느냐는 그 뒤의 문제 아닐까?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결단은 다음주 지지율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는 “안 후보가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지 않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단일화 물꼬가 트인 점은 다행”이라며 “윤석열 후보가 숙고해 잘 해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유세차량 내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등으로 3명의 선거운동원 사상자가 발생해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서도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