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세계화’…수출길 확대하는 주류업계

신세계L&B,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 시동 ‘에이슬’ 앞세운 하이트진로, 수출액 최대

2022-05-04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국내 주류업계가 소주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제품인 과일소주를 주요 수출 전략상품으로 내세워 소주 세계화에 나서는 눈치다.

주류유통 기업 신세계L&B(이하 신세계엘앤비)는 한 차례 실패했던 소주 사업을 수출을 통해 재개한다. 신세계엘앤비는 오는 5월 말에서 6월 중 제주소주 공장에서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생산 예정인 상품은 동남아 주류 유통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생산하는 과일소주다. 과일향의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알코올 도수는 12%로 저도주다. 수출 지역은 베트남,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될 전망이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하는 이유는 한국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해외에서 과일소주를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K컬쳐의 비상과 더불어 가볍고 맛이 좋은 저도주를 찾는 동남아 MZ세대의 기호에 적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과일소주를 발판 삼아 역대 최대 소주 수출액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2021년 소주 수출액은 1억200만 달러(한화 약 1287억 원)로, 전년 대비 약 36.3%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속에서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2배 오른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출 대륙별로도 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화권은 47.6% 성장한 2558만 달러, 미국 등 미주 지역은 47.3% 증가한 1944만 달러로 50% 가까운 고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도 20~30%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전략국가에 대한 현지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저도주와 과일리큐르 트렌드 파악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하이트진로는 대형마트 등 가정시장 내 참이슬과 ‘에이슬시리즈(청포도에이슬, 자몽에이슬, 딸기에이슬, 자두에이슬)’를 입점하고 국가별 맞춤형 판촉물, 시음대 설치 등 소비자 행사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통한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일본 소주 시장에서의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도 수출액이 약 27%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엔 가정채널 공략이 적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트진로는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전국 편의점과 일본 최대 슈퍼체인 이온그룹, 로손 등 로컬 매장에 참이슬, 청포도에이슬 등 주요 제품을 입점시켜 소비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 게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유행이 지난 과일 소주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와 다양한 과일 맛이 현지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들의 경우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과 쓴맛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가 많은 편이다. 또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저도주 중심의 가정용 시장이 성장한 부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시장의 경우 최근 과일소주 점유율이 0.5~1% 미만까지 떨어졌다.

해외 성장세를 고려하면 과일소주는 업계 주요 수출 전략 상품이 될 전망이다. 또한 수출 국가 다변화에 따라 정교한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통관자료에 따르면 과일소주의 해외 수출액은 2017년 195억 원에서 2021년 993억 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수출액도 매년 늘어 2018년 202억 원, 2019년 346억 원, 2020년 59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주 수출액은 2017년 1137억 원에서 2021년 975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