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신현성, 이럴 거면 사업 접어라 [기자수첩]

누가 책임지라고 했나?…기본 자체가 안 된 CEO

2022-05-18     박근홍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길 바랍니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100% 수익 창출을 보장하는 사업은 대장동을 제외하곤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자들의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팬데믹 속 집값·물가 폭등으로 근로소득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수익원이 됐다. 사람들은 부동산, 주식, 선물옵션, 가상화폐 등 불로소득 시장으로 몰렸다.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반드시 있는 게 불로소득 시장이다. 혹자들의 말처럼 완벽한 제로섬 게임까진 아니라도 투자자들이 늘어난 만큼, 개별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건 당연지사다. 여기에 '빚투', '영끌' 행진까지 동반됐다. 투자 위험이 고조됐다. 금융투자업, 투자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말은 그대로다. 투자 책임은 투자자 당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향한 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블록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권 대표의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폰지사기' 가해자가 재차 피해자를 만드려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외 공분의 대상은 권 대표뿐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공동창업한 신현성 티켓몬스터(티몬) 창업자 겸 의장을 향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티몬 불매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신 의장은 권 대표와 의기투합해 2018년 루나·테라 코인을 발행하는 테라폼랩스를 함께 설립한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다.

하지만 신 의장도, 티몬도 이번 사태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행보만 거듭하고 있다. 신 의장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2주 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카드사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가 수수료를 많이 떼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사태 직후 신 의장은 자신의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회사에 해당 영상 비공개 전환을 요청했다. 신 의장 측은 '이번 사태와 신 의장은 연관이 없다'고 언론 종사자들에게 문자·전화 등을 돌리기도 했다. 티몬도 마찬가지다. 티몬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테라와 지분 관계나 사업적 관계가 전혀 없다. 신 의장과 테라의 관계는 신 의장 개인적인 사항으로 알지 못한다"고 이번 사태와 자신들을 엮지 말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신현성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테라폼랩스 법인 등기를 살펴보면 신 의장과 티몬의 설명대로 신 이장은 2020년 3월 2일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했고, 테라폼랩스는 2022년 4월 30일 권 대표를 청산인으로 선정해 해산 절차를 밟았다. 관련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는 해명도 수긍할 수 있다. 비록 신 의장과 권 대표가 테라폼랩스 싱가포르 법인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도 이해할 수 있다. 하룻밤 새 코인 가치가 98%나 폭락했을 정도로 막장으로 운영했으니 회사 경영활동이나 지분구조 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폰지사기든, 뭐든 알 게 뭔가. 종국에는 투자자가 부담할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리라.

그럼에도 신 의장과 티몬에게 문제 제기를 하려 한다. 투자 시장에서 인지도와 신뢰도는 곧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과 직결된다. 아무리 '듣보잡' 회사라도 관련 업계에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지분투자 등을 한 사실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투자에 긍정적인 결단을 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기업의 CEO가 직접 투자를 권유하고, 홍보활동을 펼치는 회사는 오죽하랴. 투자자들이 혹할 수밖에 없다. 신 의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국내와 해외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루나·테라 코인과 권 대표를 지지하고 홍보하는 발언을 지속한 바 있다. 더욱이 그가 이번 사태 직후 비공개 전환을 요청한 영상의 제목은 '신현성 티몬 의장이 분노에서 시작한 테라', '수수료 마이너스인 결제시스템 만들겠다(f. 신현성 테라 창업자)'였다. 신 의장과 티몬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이 분명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신 의장과 티몬에게 루나·테라 폭락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업계·회사 내 자신의 지위, 인지도 또는 신뢰도를 활용해 투자 사기를 저질렀다면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례가 존재한다. 물론, 해당 판례가 적용되는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고, 피해 보상 문제는 향후 관계당국에서 다룰 문제다.

문제 제기를 하려는 부분은 '기본 자세'다. 신 의장은 우리나라 이커머스업계에서 손꼽히는 플랫폼 티몬을 운영하는 CEO다. 티몬은 한때 쿠팡과 1세대 소셜커머스 선두를 다투던 업체다. 그렇다면 CEO로서, 업계 대표 회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신 의장과 티몬의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다. 자꾸 덮어놓고 선을 긋고, 일축하면 누가 신 의장을 믿고, 누가 티몬을 통해 상품·서비스를 구매하겠는가. 신현성과 티몬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해명할 게 있다면 해명하고, 반박할 게 있다면 반박하고, 사과할 게 있다면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것도 할 수 없다면 CEO로서, 기업으로서 기본조차 안 돼 있는 것이다. 누가 책임을 지라고 했는가. 그 정도 용기도, 책임감도 없다면 차라리 사업을 접으시라. 그게 본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