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한 커피값, 원가 하락하면 내려주나요? ‘정유사 속마음’ [주간필담]

“기름값은 유가 안정되면 제자리 찾아” 유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져

2022-07-02     방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유가

“올라갔던 기름값은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내려옵니다. 하지만 커피값, 밀가루, 식용유, 전기세 등은 한 번 오르면 다시 떨어지지 않아요.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이해하면서, 국제유가가 비싸진 데 따른 기름값 상승은 왜 이해해주지 못하나요?”

치솟는 물가, 끝없이 오르는 기름값에 소비자들도 화가 나지만, 정유사들도 뿔이 났다. 가파른 기름값 상승으로 공공의 적이 된 데 대한 억울함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횡재세를 거론되면서 주가는 바닥을 향했고, 주주들의 원망까지 그대로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유사들이 느끼기에 횡재세는 사실상 ‘삥 뜯기’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정유사가 혼자만 배를 불리고 있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분위기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정유사 입장에서 현재 이익은 실제 수익이 아닌, 재고평가이익에 불과하다.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에 가격에 차이가 생겨 발생하는 장부상 이익이라는 말이다. 정유사 1분기 실적을 분석해봐도, 영업이익 4조 원 중 40%는 재고평가이익이다.

반대로 지금 치솟는 유가는 언젠가는 떨어진다. 그 경우, 현재 비싸게 사들인 기름을 매입가 보다 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 코로나 때 정유사들이 5조 원대 적자를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들였을 때 가격에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와 연동돼 판매가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익 구조와 차이가 있다. 

그러니 정유사 입장에서는 횡재세가 황당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일반물가와 유가의 차이를 정유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반 물가와 기름값의 차이를 비교해 보자.

“스타벅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400원 올렸어요. 우리가 매일 커피를 한잔만 사서 마신다고 가정할 경우에 400원씩 30일, 한 달에 1만2000원이 더 들어가는 셈이죠. 기름값은 어떤가요? 리터당 200원이 올랐다고 가정하면, 70리터가 들어가는 소나타 기준 1만 4000원, 500원 올랐다고 가정하면 3만5000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문제는 매일 400원씩 더 내는 것과 한 번에 3만5000원을 더 내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거죠. 물론, 주유를 한 달에 한번만 하지는 않습니다. 기름값 상승이 더욱 부담이 되는 이유겠죠.

하지만, 더 긴 기간을 두고 분석해보죠. 내년 여름이 되면 스타벅스가 커피값을 내려줄까요? 오뚜기는 식용유 가격을 재조정할까요? ‘원두가 작황이 좋아 원가가 싸졌습니다. 아메리카노 가격을 다시 4100원으로 인하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국제 곡물가격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작년에 올렸던 20%를 다시 인하해 판매하겠습니다’ 할까요? 휘발유, 경유 가격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쟁이 끝나서 유가가 안정되면 기름값도 당연히 하락합니다. 그리고 그 떨어진 가격만큼은 정유사가 감당해야 하죠.”
 

같은 맥락에서 횡재세를 묻겠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가능하다. 

“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물리겠다니, 유가가 하락해 생기는 적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손실을 보존해 줄 건가요?”

물론 그럴 리 없다. 이미 코로나로 5조 원대의 적자를 봤을 때 경험한 바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투자를 통해 이익을 만드는 게 기업의 일이고, 적자가 나더라도 스스로 감내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외에도 횡재세를 물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초과이윤이 얼만큼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정유사 전체 이익 중 국내 비중이 30%라고 가정하고, 그 이익 중 초과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고 해봐야 그 금액이 크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유업계가 횡재세를 낸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배임 등의 책임을 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횡재세가 언급된 이후 정유사들의 주가는 동시에 휘청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막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던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 스친다. 기업까지 사류로 주저앉히려는 게 아니라면, 기업 삥 뜯는 방식의 정치질을 멈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