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원해도 못 바꾸는 보험설계사?…설계사 변경 요청에 “불가능하다”

푸르덴셜생명 지점, 고객 요청 무성의 대응 논란 지난 5월 변경 요청했지만 두달 지나도 묵묵부답 취재 시작 후 일주일만에 설계사 변경 문자 통보 보험업계 "설계사 반발땐 변경 어려움 존재한다" 설계사 변경 위해 금감원 민원 제기 사례도 있어

2022-07-14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2006년 가입한 종신보험과 관련해 보험설계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나 보험사 측에 교체를 요청했지만, 지점으로 관련 내용이 이관된 뒤 7월 현재까지도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점에서는 보험설계사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가 이후 말을 바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했고 이후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푸르덴셜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한 고객 A씨는 보험설계사와의 불화 등을 이유로 보험사 측에 교체를 요청했지만, 지점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변액형 종신보험에 가입한 A씨는 지난 5월 초 푸르덴셜생명 고객센터 측에 보험설계사 교체 요청을 했다. 보험에 가입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전화나 형식적인 문자 한통을 받지 못해 제대로된 관리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보험설계사 교체는 가입자 권리라고 생각한 A씨는 당연히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사오늘>이 제보자로부터 받은 푸르덴셜생명 측 통화기록과 내용 등을 살펴보면 5월 초 고객센터 통화 이후 지점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와 교체사유가 되니 새로운 설계사로 교체를 해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고, 교체 완료 후 연락을 주겠다는 언질도 받았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흘러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A씨는 6월13일께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를 했다.

이후 6월16일 지점 매니저로부터 설계사 교체 건은 현재 설계사 권한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달 사이 말이 바뀐 것이다.

같은날 지점장과 통화한 A씨는 관련 내용 확인 후 입장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14일 현재까지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푸르덴셜생명 본사 관계자는 지난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통상 고객의 설계사 교체 요청은 보험을 계약한 설계사가 그만둔 이후에 이뤄지며, 이 경우 고객 요청만으로도 설계사 변경이 가능하지만 현재 설계사가 재직 중일 경우 계약관계에 따라 고객이 교체를 요청할 시 설계사 동의를 받는 절차가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교체는 통상적으로 최초 보험설계사가 이직 등을 사유로 보험사에 존재하지 않을 때 변경이 이뤄지며 고객 요청에 따라 원하는 설계사로 변경도 가능하다. 다만 최초 보험설계사가 보험사에 소속돼 있는 상황에서 교체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계약관계 등으로 인해 절차나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보험설계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을 다른 보험설계사에게 넘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설계사 동의 등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안내하지는 않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초 보험설계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변경을 요청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 맞긴 하다. 이런 경우 보험설계사 동의를 받는 절차가 존재한다”면서도 “보통은 고객 요청이 있을 시 변경이 이뤄지지만, 보험설계사가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 금융감독원 민원까지 단계가 진행되는 상황도 매우 이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뜀했다.

보험설계사의 신분이 개인사업자로, 특히나 영업적으로 능력이 있는 보험설계사의 경우 지점장이라도 계약이관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보통은 동의가 이뤄져 신속하게 처리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상당 부분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푸르덴셜생명 측도 보험설계사의 동의와 부지점장, 지점장 확인 등 절차와 함께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안내하도록 내부 지침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점 단위에서 고객의 설계사 교체 요청을 고의적으로 묵과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르덴셜생명은 제판 분리를 통해 보험판매 자회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보험상품 설계는 푸르덴셜생명이 맡고, 판매는 자회사GA가 맡고 있어 푸르덴셜생명이 보험설계사 관리를 직접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처럼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고객이지만, 최초 설계사 교체는 쉽지 않다. 지점 단위에서 고객 요청을 무시해도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미 교체 요청으로 보험설계사와 사이가 멀어진 고객 입장에서는 향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을 수 없다는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민원부서, 고객센터 채널 등을 통해 해당 지점에 전달해 고객 요청이 처리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푸르덴셜생명 자회사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 측으로부터 지난 13일 계약이 이관됐다는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설계사 변경을 요청한 뒤 두달여, 취재 시작 후 일주일만이다. 그러나 A씨에게 내용을 확인한 후 회신을 주겠다던 지점장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