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주간필담]

민주주의에서 ‘당선 후 보상’은 막을 수 없어…‘자리’ 아닌 다른 보상 방법 찾아야

2022-07-30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이번에도 피할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적 채용 논란이 터져 나온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조차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왜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질까. 뿌리를 찾아가면 한 가지 원인에 도달한다.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를 따른다.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권력을 잡을 수 있다. 지지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그 중 가장 강력한 결속력을 갖는 건 이익의 교환이다. ‘내가 이기면 너도 이익을 얻는다’는 것보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없다.

정치권에선 이걸 조직이라 부른다. 즉, 조직의 크기는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지원을 받고, 이익을 약속해야 선거에서 이긴다. 정권을 잡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익의 교환이 있었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후보는 미래 권력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로선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면 후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자리’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대략 2000개 정도라고 한다. 이 2000여 개의 자리를 사이에 둔 암묵적 협약이 선거를 이끈다. 그리고 이것이 낙하산 인사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결론은 명료하다. 낙하산 인사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 이후 당선된 대통령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게 그 증거다.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가 지닌 태생적 한계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켜만 볼 수도 없다. 낙하산 인사는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다. 능력이나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는 해당 기관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없게 한다. 오히려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결국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당선 후 보상’을 막을 방도는 없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그 보상이 자리를 주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요컨대 선거를 돕는 사람들에게 자리가 아닌,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보상할 방안을 찾아야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

낙하산 인사를 대통령 개인의 부도덕 탓으로 돌리는 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서 벗어나 대안을 모색하는 ‘진짜 변화’를 이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