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는 HMM, 민영화 할 수 있나요? [주간필담]

2022-08-14     방글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HMM의

이번 주, 유독 해운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공통된 대화 주제는 호실적 따른 현금보유액 증가와 투자, 그리고 민영화. HMM이 날로 좋은 성적을 내놓으면서 쌓여가는 현금 보유액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였다. 

HMM은 지난 10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020년 4분기부터 6분기 내내 갱신하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 달성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만 6조 원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7조3000억 원, 올해 상반기 6조1000억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더하면 13조4000억 원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실제로 HMM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의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이달 10일 기준 3조4338억 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7조9930억 원에 달한다. 당장 집행 가능한 보유 현금만 10조4268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실적이 좋다고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비정상적인 실적 증가였고, 최고점은 지났다는 분석들이 이어진 탓이다. 때문에 HMM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을 할부로 받았으면…’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덩치가 커지는 데 따른 우려도 상존했다. ‘골칫덩이를 누가 사갈까’하던 걱정은 ‘이 회사를 살 수 있는 규모의 회사가 있을까’로 변했다.

동시에 생존을 위한 투자에도 고민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없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부채비율이 높은 두 회사를 HMM이 떠안는 것은 또다시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HMM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시장에서는 크게 3곳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포스코, 그리고 SM상선. 

SM상선의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는 꼴이다. 인수 후에도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포스코는 인수 의지가 크지 않다. 덩치가 커지니 이들 외에 살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어 나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돌 뿐이다. 결국, 이들 기업의 HMM 인수는 산업은행의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을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가 모를 리 없다.

최근 해양진흥공사에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이 흘러나왔다.

“민영화라는 한 가지 방법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HMM 미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발언을 두고 해운업계에서는 HMM을 공기업화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HMM은 사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투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인수를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결정과 판단이 HMM의 운명을 가른다.

이쯤 되니, HMM은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대우조선해양이든 아시아나항공이든, 우리가 살 수 있다 칩시다. 우리는 누가 데려갈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