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더 주겠다는 은행들, 오히려 독 될라 [주간필담]

수신금리 오르면서 이자 지급액 커져 수신 감소에 금리인상 경쟁과열 조짐 자금조달 비용 늘어나 대출금리도 ↑ 급격한 금리상승 결국 가계부담 증가

2022-09-03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들이 너도 나도 이자를 더 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우려가 된다.

혹자는 ‘은행이 예·적금 이자를 더 주면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은행 대출을 받지 않은 금융소비자라면 말이다. 예금금리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은 분명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다.

그러나 대출금리까지 넓혀서 보면 예금금리 인상은 금융소비자에게 마냥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은행의 대출 자금은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부터 나온다.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저금한 자금 중 일부가 대출로 활용된다. 예·적금 금리는 은행 입장에서 비용인 셈이다. 결국 수신금리가 올랐다는 건 비용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다시 대출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자금조달비용)은 결국 이 수신금리를 말한다. 결국 급격한 예금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증가 속도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중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정기예금·적금 등, 시장형 금융상품 제외) 수신금리는 지난해 7월 말 0.92%에서 2.82%로, 1.90%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계출금리는 2.77%에서 4.21%로, 1.44%포인트 증가했다. 수신금리 인상폭보다는 적지만, 1년새 1.5%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금리인상에 민감한 코픽스(COFIX)의 경우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라고도 불리는 코픽스는 지난 7월과 8월 두달 연속 역대 최대폭의 상승기록을 갈아치웠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를 기록했다. 앞서 6월 기준 코픽스는 2.38%였다. 두달 새 0.92%포인트, 약 1%포인트 급증했다.

최근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상품에 익일 반영하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 역시도 대출금리 인상속도를 가파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음에도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예금금리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조짐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은행들의 예금금리 경쟁에 불이 붙은 건 최근 은행 전체 수신 규모가 줄었든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7월중 은행 수신은 전월 대비 10.3조원 줄었다. 앞서 지난 6월중 은행 수신은 전월 대비 23.3조원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한달 만에 감소로 전환된 것이다. 나눠먹을 파이가 작아지니, 수신액 확보를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低)원가성 상품의 자금 유출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저축성 금융상품 금리가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상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저축성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가 최근 뚜렷해졌다. 7월중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은 전월 대비 무려 53.3조원이나 줄었다.

수시입출식 상품이 저원가성 상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금리(비용)가 저축성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여기서 원가는 비용, 그러니까 은행이 돈을 맡긴 고객에게 줄 이자를 말한다.

그러나 최근 적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부담도 확대됐다. 고(高)물가 고착화 우려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등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이같은 현상은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지만, 급격한 자금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긴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환경 변동성 확대, 미국의 통화긴축정책 기조, 한국은행의 물가 중심 통화정책 등 지금의 금리상승은 불가피한 면이 강하다. 그러나 은행이 기준금리 인상분을 넘어서는 수준의 금리를 무리해서 올리거나, 인상 간격을 단축시키는 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예금금리 인상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지금의 금리경쟁이 과열된 건 아닌지 은행권이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