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 없는 정치인들의 시대 [기자수첩]

갈등 조정하는 게 정치인데…자신들의 갈등조차도 해결 못해

2022-09-07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요즘

흔히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들 한다. 오만한 표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좋은 정치인이 되려면 다방면적 재능이 필요하다. 시대정신 포착. 대안 제시. 정책 마련. 세력 조직.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까지. 없어도 되는 능력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너무 어려워서일까. 언젠가부터 정치력 있는 정치인들이 사라져버렸다. 국민의힘의 내홍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얽힌 이 싸움은 정치력을 상실한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 전 대표다. 대선 과정에서 일어났던 이 전 대표의 ‘돌출 행동’은 당원들이 그를 불안요소로 인식하게 했다. 선거 승리 뒤에도 그는 사사건건 윤핵관과 충돌하면서 적을 만들었다.

그 방식도 거칠었다. 늘 강대강으로 맞붙었다. 상대를 구태(舊態)이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스스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당대표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태도였다.

윤핵관도 마찬가지다. 이언주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처신도 참으로 못마땅한 점이 많지만, 자기 정치 생명이 끝날 판인데 가만히 앉아서 죽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출구는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핵관은 ‘찍어내기’가 목표인 것처럼 움직였다. 정치는 죽고 죽이는 싸움을 막기 위한 문명화의 결실이다. 하지만 윤핵관은 젊은 당대표의 정치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태세였다. 당연히 이 전 대표도 거세게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정치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다른 정치인들의 중재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 문자로 그 스스로가 갈등의 축에 섰다. 중진들도 갈등을 수습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초·재선들은 줄서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정치는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다. 모두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을 완화하는 게 정치다. 그런 일의 전문가가 ‘정치인’이고, 갈등 해결 능력이 높은 정치인에게 ‘정치력이 좋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권에선 그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들의 문제조차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법원 손을 빌린다. 이러니 사회 갈등이 해결될 리 없고, 정치 불신만 높아진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정치 무용론을 부추기는 꼴이다.

위기의 해법은 기본을 지키는 데 있다. 정치의 위기는 정치력 회복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제 볼썽사나운 ‘싸움’을 멈추고 ‘정치’를 하시라.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건 ‘싸움꾼’이 아닌 ‘진짜 정치인’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