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저버린 선조와 돈맥경화 레고랜드 사태 [역사로 보는 경제]

버려졌다는 배신감,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법

2022-11-06     윤명철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조선

신뢰는 인간의 자격이다. 신뢰가 없으면 인간 자격이 없다. 인간의 영원한 친구인 반려견도 주인을 신뢰하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킨다. 하지만 인간은 반려견을 필요에 따라 쉽게 버린다. 지금 이 순간도 전국에서 버려지고 있는 유기견들이 그 증거다. 한번 버려진 유기견은 새 주인을 만나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버려졌다는 배신감이 쉽게 잊혀질 수 없는 법이다.

조선의 백성은 유기견과 다름 없다. 조선 기득권 층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백성을 쉽게 버렸다. 선조, 인조, 고종은 백성을 버린 대표적인 3대 군주다. 이들은 외적의 침입에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다.

선조는 조일전쟁이 터지자 혼자 살겠다고 수도 한양을 쉽게 포기하고 야반도주했다. 선조는 천혜의 요새인 한강과 임진강을 잇달아 포기했다. 덕분에 왜적은 한양에 무혈입성했고, 한강 이남 백성들은 왜적에 의해 도륙당했다.

평양도 마찬가지다. 대동강이라는 최적의 방어선을 버리고 의주로 줄행랑쳤다. 이번엔 대동강 이남 백성들이 왜적의 말발굽에 짓밟혔다. 선조는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평양이 함락되자 명나라에 귀부를 청했다. 압록강만 넘으면 자신은 살 수 있다는 이기주의의 극치였다. 다행히 유성룡과 같은 충신들이 결사 반대해 선조의 망명은 좌절됐다. 선조는 백성이 왜적에 의해 죽음을 당해도 나만 살면 됐다.

선조의 이기심은 아들 광해군 분조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자신은 중국과 가까운 의주에 은거하면서 광해군에게 분조를 맡겨 전쟁터에 내보냈다. 현명한 광해군은 무너진 민심 수습에 나섰다. 산산조각난 왕실의 위엄을 회복하고자 솔선수범했다. 최전선 선봉에 선 광해군을 지켜 본 백성들이 근왕병이 됐고, 각지에서 의병이 봉기했다. 신뢰가 되살아난 결과다.

백성의 신뢰를 잃은 선조는 질투의 화신이 됐다. 광해군도, 이순신 장군도 시기했다. 조선의 국대 장군 이순신을 왜적의 모함을 역이용해 파직 후 고문을 자행했다. 광해군도 희생양이 될 뻔 했다. 전쟁이 끝나자 광해군에게 왕위를 내주지 않으려다 죽었다. 

버려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대한민국을 돈맥경화의 늪에 빠뜨렸다. 레고랜드가 성공하지 못하면 소양강에 투신하겠다던 국회의원이 도지사가 되자 시장의 신뢰를 내팽개치고 디폴트를 선언해 금융시장 붕괴의 장본인이 됐다. 

전임 최문순 지사가 무리한 사업을 진행했다며 다짜고짜 무작정 디폴트를 선언하니 시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막힌 기업들은 부도 위기에 처했고. 시장에서는 어떤 기업이 도산할 것이라는 루머가 쉬지 않고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의 큰 실책은 ‘신뢰 배신’이다. 투자자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은 정부와 지자체다.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사리분별 못하고 확장정책을 펼치다 44일만에 물러난 일을 위정자들은 되새겨 봐야 한다. 

무너진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자신의 정치 이해관계에 따라 신뢰를 버리면 영원히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