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께 드리는 편지…‘강성보수 이미지론 총선 힘듭니다’ [與 당권 레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②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당원 지지 강하지만 강성보수 이미지가 걸림돌

2023-01-05     정진호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본 기사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의 강점·약점 분석을 토대로 작성된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기사 형식상, 일반적 기사와 달리 존칭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주>

나경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께.

부위원장님. 지난해 성탄절 부위원장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봤습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당대표 되세요’”라며 “당과 정부의 혼연일체, 국민의 절대적 지지만이 개혁을 완성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저 나경원, 어느 자리에서나 그 여정에 힘을 보태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부위원장님이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또한, 부위원장님이 당대표에 출마하는 게 순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면, 당원들이 부위원장님을 ‘불러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가 지난해 12월 30~31일 실시해 올해 1월 2일 발표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나 부위원장님은 22.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력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님과 유승민 전 의원님이 각각 14.8%와 10.6%, ‘윤심(尹心)’을 등에 업었다고 평가받는 김기현 의원님이 11.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 부위원장님에 대한 당원들의 신임은 엄청난 수준이지요.

더욱이 부위원장님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초강경 대여(對與) 투쟁으로 ‘보수의 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지금처럼 이념 갈등이 심각한 시대에, 보수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치열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은 당원들에게 천군만마로 비쳤을 겁니다. 아마 그게 부위원장님이 가장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겠지요.

하지만 부위원장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번 당대표 경선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을 관장하는 자리입니다. ‘국민의힘의 얼굴’로서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부위원장님은 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의 대여 투쟁으로 인해 강경파 이미지가 강해진 상태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누가 중도층을 잡느냐의 싸움입니다. 중도층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 색채의 정당과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위원장님의 강성 보수 색채가 당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중도층 포섭에는 불리할 소지가 크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전체 응답자를 조사 대상으로 넓히자, 부위원장님 지지율은 9.5%까지 떨어져 29.3%의 유승민 전 의원님과 9.6%의 안철수 전 의원님에 이은 3위에 그쳤습니다. 무엇보다도 중도층으로부터 9.1%의 지지를 받는 데 머물렀다는 건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아마 당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 겁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보수 정당이 계속 ‘우클릭’을 하다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했던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총선 승리로 국민의힘 당원들은 ‘선거 필승법’이 뭔지를 깨우쳤습니다. ‘중도보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당의 얼굴로 세워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때문에 저는 부위원장님이 당대표로 당선되려면 반드시 ‘보수의 잔다르크’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당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유효할지 몰라도, 선거 승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명한 당원들은 당장 마음에 드는 사람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시 <시사오늘>이 정치부 기자들과 국회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 조사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위원장님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정치부 기자들은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보좌진들은 김기현 의원이 차기 당대표로 가장 유력하다고 봤습니다. 이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지금의 이미지로 당대표가 된다고 해도, 총선에서 패하면 부위원장님의 정치 생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2019년 2·27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대표로 당선됐지만, 2020년 4·15 총선에서 대패한 뒤 위상이 급전직하(急轉直下)한 황교안 전 대표님의 사례를 눈앞에서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당대표가 정치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보수만의’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지 마십시오. 그건 실패 가능성을 높일뿐더러, 성공하더라도 독(毒)으로 작용할 겁니다. 본선에서 패배하는 정치인을 계속 두고 볼 당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길 수 있는’ 정치인이 되셔야 미래가 있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