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한의협, ‘첩약 처방일수’ 둘러싼 갈등 격화

손보 “환자 선택권 확대 필요” 한의협 “치료권·진료권 침해”

2023-03-29     유채리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지난해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첩약 최대 처방일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처방일수를 조정하기 위한 분쟁심의위원회(이하 분심위)를 앞두고 대한한의사협회가 삭발식에 이어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손해보험업계 역시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0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심위에서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이에 손보업계는 적극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지만, 한의사협회는 분심위 참석 거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현재 한의학계와 손보업계 의견 충돌 핵심 쟁점은 첩약 처방 최대일수다.

그간 손보업계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첩약 최대 처방일수 10일은 비합리적이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5일로 줄일 것을 요구해왔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도의 첩약만 처방받게 하는 등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 증가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전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첩약 진료비는 2015년 약 1000억 원에서 2022년 약 2800억 원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처방 받을 수 있는 기준 자체에 한계를 두자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시의 적절하게 필요한 수준의 처방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이익 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환자가 처음부터 10일분을 처방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든 5일을 처방 받고 추가로 5일을 처방받은 후, 보험금을 청구하든 보험사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의학계는 첩약 1회 처방일수를 줄이는 것은 환자가 충분히 진료 받을 권리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예후가 좋아지는 것을 방해한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학적인 지식이나 근거 없이 일수를 줄이자는 것은 의사의 치료권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증가하는 한의 진료비를 문제삼고 있는데, 이는 환자의 만족도가 높고 총 환자 수가 증가해서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분심위를 앞두고 손보업계와 한의학계 간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된 배경에는 ‘의견 합의 여부’에 대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는 첩약 수가와 1회 최대 처방일수 조정은 2020~2021년 분심위 안건 논의, 2021~2022년 한의학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 2022~2023년 국토교통부 주관 한의·보험업계 간담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일정 부분 합의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의협은 첩약 수가 관련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으나 손보사에서 거부했으며, 30일 열리는 분심위에서 다뤄지는 안건은 그간 한의협이 국토부 등과 협의해왔던 방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분심위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로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규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집회와 별개로 분심위는 예정된 자리다. 해당 자리에서 논의를 통해 풀어나간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현재 분심위 참여를 거부하는 한의협과 지속적으로 의견 교류를 하는 등 물밑 작업 중으로 보여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심위는 논의하는 자리이기에 참석을 유도해 이견이 있다면 계속 조정하면서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