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와 게임스탑…다르지만 같은 결말 [주간필담]

‘천정부지’ 에코프로 주가, 잇따른 조정 구간에 하락세 일각선 공매도 세력에 반발…개인투자자 결집 움직임 反공매도 심리…美 게임스탑 사태 떠올리게 만들기도 증권가, 에코프로 주가 과잉 판단…매도 리포트로 제동 밸류에이션 과다 초과?…게임스탑 악몽 현실화 우려↑

2023-04-22     고수현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 최대 이슈는 ‘에코프로’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까이다. 이 같은 관심은 언제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국내 2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 주가는 올해 1월 2월 종가 기준 11만 원에서 지난 4월 11일 종가 기준 76만 9000원으로 불과 4개월 만에 그야말로 ‘폭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치솟았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주가가 전망치를 넘어 폭등할 즈음만해도 열기가 금방 식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이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일각에서는 2021년 초 미국장에서 불거진 ‘게임스탑’ 사태와 비견하기도 한다. 미(美) 대표 SNS인 레딧을 통해 촉발된 게임스탑 사태는 공매도 세력으로 인해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합심해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세력에 큰 손실을 안겨준 일을 말한다. 늘 기관에 밀려 손해를 보던 개인투자자들이 거대공룡인 월가에 큰 충격을 선사한 것이다.

최근 에코프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역시 공매도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단결을 외치고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 주가가 한 때 80만 원 선까지 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게임스탑 때처럼 일부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사례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게임스탑은 중고 게임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거래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양산업이지만, 에코프로는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2차전지 산업으로 비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최근 주가 폭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에코프로 기업 자체가 가진 비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에코프로 관련 주가가 과열됐다고 보지만,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본다는 말이다.

이처럼 확실한 비전이 있고 전망도 밝은 ‘에코프로’ 주가가 오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동결로 은행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에코프로’ 주가 급등 물결에 합류하면서 국내 증시 빙하기가 업권 예상보다 일짝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문제는 이미 증권가 전망치를 웃돌고 있는 에코프로 관련 주가가 고점을 찍는 순간부터다. 그 이후부터는 에코프로 역시 게임스탑 때처럼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분명 게임스탑과 에코프로는 비전과 가치, 전망에서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고점’은 분명 존재한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200만 원까지도 오를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화 되더다고 고점을 찍은 이후부터는 급락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잇따른 조정구간을 통한 하락 기류가 감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4월 19일과 20일 양일간 각각 4만 원(6.10%), 7000원(1.14%) 하락했다. 상승폭에 비하면 하락 규모는 작지만 최근 들어 상승폭 대비 하락폭이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 주가는 21일 60만 원 선이 무너지면서 50만 원대로 진입했다.

현재의 에코프로 주가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로 인해 보다 빠르고 보다 큰 폭으로 끌어올려진 만큼, 투심이 빠르게 식는다면 주가가 예상치 못한 수준의 빠른 속도로 급락할 우려가 나온다.

게임스탑 때도 공매도 세력에 보기 좋게 한방 먹였지만, 이후 주가 하락을 방어해내지 못하면서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한 바 있다.

물론 이 때와 달리 에코프로 자체 비전이 있는 만큼, 게임스탑 수준의 폭락 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게임스탑 때와 달리 저점 수준이 높겠지만, 고점 역시 워낙 높게 형성된 터라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손실을 피할 수는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현재 에코프로 관련 주가들이 미래가치까지 선방영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장기투자를 위한 적기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같은 추정은 당연히 빗나갈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개인투자자들의 저력이 또 한 번의 주가 하락을 방어해낸다면 고점은 유지되고 이에 따라 하락 시기는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지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나증권에서 국내 증권가에서 에코프로 관련 첫 ‘매도 리포트’를 냈을 때처럼 말이다. 투자자들의 반발을 감안해 매도(Sell) 의견에 가깝더라도 ‘중립(Hold)’을 통해 사실상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리포트 관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매도 의견 리포트는 그야말로 ‘욕을 먹을 각오’가 없이는 나올 수 없었다. 에코프로 주가 급등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당연히 투자자들의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하나증권이 총대를 멨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증권가에서는 현재 에코프로 주가가 밸류에이션을 과다 초과한 상태로 보고 있다.

물론, 에코프로 투자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판단에서 이뤄진다. 이에 대해 왈가불가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다만, 현재 증권가 등에서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 세력(기관)과 개인간 힘 싸움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폭락하며 결과론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게임스탑’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