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아이스크림·술 가격 다 오른다…“소비자 부담 가중”

1년 새 2차례 이상 가격 인상도…“원부자재 상승 이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과도한 인상…타당성 낮아”

2023-11-03     안지예 기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5일

먹거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기업이 사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인상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업계에선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도 실효가 없다고 보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외식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특히 일부 햄버거 업체는 올해 벌써 두 차례 이상 가격을 올렸다.

우선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일자로 일부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올렸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이다.

이번 인상 대상은 버거 4종, 맥모닝 메뉴 1종, 사이드와 디저트 7종, 음료 1종 등 13개 메뉴로, 인상 폭은 최대 400원이다. 이로써 버거 메뉴 중 ‘불고기 버거’,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는 각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인상됐다. 음료와 커피 품목의 경우 ‘아이스 드립 커피’가 200원 올랐다.

맘스터치도 올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3월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닭통가슴살 패티를 사용하는 버거 품목 4종의 가격을 300원씩 높였다. 휠렛버거, 화이트갈릭버거, 딥치즈버거, 언빌리버블버거 등이 해당되며 평균 인상률은 약 5%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빙그레도 메로나 가격을 17.2% 인상했다.

주류업계에서도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부터 카스·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수입 위주의 산업 특성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 압박이 계속 증가해 왔지만 전반적인 물가 불안 상황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며 “소비자들의 직접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mL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업계 1위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 총대를 메자 경쟁사들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 출고가를 모두 올렸다. 이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가 6.95% 인상되며, 테라·켈리 등 맥주 출고가도 평균 6.8% 오른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롯데칠성음료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가 맥주 출고가를 올리자 마지막으로 롯데칠성음료가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업계는 원가 부담이 계속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부자재 가격·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식품·외식업체에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업계 여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미뤄왔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기업이 많다”면서 “가격을 올리되 인상 품목을 최소화하고 사회공헌을 늘리는 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손익 현황과 원가를 따져볼 때 대부분의 가격 인상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는 최근 ‘아이스크림 가격 분석 보고서’를 내고, 국내 원유 1L당 가격이 올 1월 996원에서 지난달 1084원으로 8.8% 오른 점에 비춰 빙과업체의 인상 폭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소협은 “원재료인 원유가는 소폭 상승했고 수입 탈지·전지 분유 가격은 하락해 원가 부담이 경감됐다”며 “물론 이외의 다른 원부자재가, 인건비 등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원유 상승률의 최대 4배가 넘는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단행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주류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경계했다. 소협이 낸 ‘오비맥주 가격 인상 타당성 분석 성명서’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매출원가율은 2020~2022년까지 큰 변동이 없었고, 오히려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전년 대비 1.2%p 하락했다. 

소협은 “맥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이 외식 물가 상승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이므로 소비자 부담이 심화될 여지가 크다”면서 “경쟁사는 1위 업체의 가격 정책에 편승해 이를 틈타 명분 없는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